민주당이 무상급식에 이어 무상의료, 무상보육, 반값등록금 등 ‘무상 복지 시리즈’를 잇달아 내놓으면서 정치권이 보수 대 진보로 재편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이 한편이 돼 연일 “후세대에 빚폭탄을 넘겨줄 망국적 복지 포퓰리즘을 철회하라”고 맹공격을 퍼붓고 있다. 반면 민주노동당·진보신당 등 진보정당들은 “보편적 복지는 시대정신이자 전국민이 누려야 할 보편적 권리”라고 옹호하며 민주당의 ‘좌클릭’을 환영하고 있다. 민주당의 무상복지 드라이브는 진보야당들과의 정책적 차별성을 없애 궁극적으로 야권통합 및 국회의원·대통령 선거 후보단일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란 전략적 판단 하에 추진되는 것이란 분석이 많다.

무상복지에 덧붙여 여권 핵심부에서 추진 중인 개헌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을 놓고도 보수정당과 진보정당이 확연히 갈라져 있어 2012년 국회의원 총선거와 대선을 앞두고 정계개편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이회창 선진당 대표는 14일 “민주당이 무상복지 정책을 쏟아놓으면서 복지 포퓰리즘 광풍이 휘몰아치고 있다”며 “무상복지 정책은 극도의 평등주의이며 좌파적·사회주의적 정책인데, 이것이 민주당의 차기 대권전략이라면 사회주의 정권수립을 옹호하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 대표는 이날 당5역회의에서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무상복지 정책을 자랑하면서 ‘보편적 복지는 시대정신’이라고 했는데, 이는 시대정신을 거꾸로 말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13일 안형환 한나라당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민주당 무상시리즈는 공짜로 위장한 세금폭탄이고, 국민기만극”이라며 “국가가 망해도 선거만 이기면 된다는 민주당이 과연 수권정당을 말할 자격이 있느냐”고 지적했다. 반면 이규의 민주당 수석부대변인은 “한나라당이 연일 민주당의 보편적 복지정책을 포퓰리즘이나 빚폭탄으로 색깔을 씌우며 무슨 난리라도 난 듯 혈안이 돼 있다”며 “민주당 무상복지의 진보적 흐름이 대선까지 이어질까 하는 두려움이 짙게 깔려 있는 것 같다”고 역공했다. 민노당과 진보신당 등은 진보세력이 10여년간 주장했던 무상의료 등이 제1야당에까지 확산된 것을 대대적으로 환영한다”고 반겼다.

우위영 민노당 대변인은 “민주당이 진정성이 있다면 민노당 등과 함께 공동 무상의료 추진본부 구성에 응하라”고 제안했다. 심재옥 진보신당 대변인도 “무상의료 당론채택을 용두사미로 끝내지 않으려면 실질적 건강보험 대개혁 등에 함께 나서야 한다”고 다그쳤다.

김세동기자 sdg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