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남북대화가 가능한 구체적 조건을 가다듬는 작업을 시작한 것으로 7일 알려졌다. 북한의 비핵화를 논의하는 6자회담의 재개 조건으로 남북대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한·미·일의 공감대를 바탕으로 남북대화를 언제, 어떤 조건으로 재개할 것인지 묘안을 찾는 작업이다.

‘무조건적인 남북 당국간 대화’(5일)를 제안한 북한의 속셈이 어떻든 대화공세를 마냥 뿌리칠 경우 ‘한국정부가 대화를 거부한다’는 국제사회의 여론도 부담이고, 자칫 대화의 불씨 자체를 꺼뜨리는 우를 범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남북대화의 시동이 걸리기 위해서는 전적으로 북한의 태도 변화가 관건이지만, 공세적으로 북한이 남북관계와 핵개발 포기에 ‘진정성’을 갖고 임하도록 유도한다는 점이 전략적 포인트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겉으로 드러난 말만 갖고 넘겨짚을 수 없다”며 “북한의 대화 제의 의도가 뭔지에 대해 관계 부처와 남북문제 전문가들이 모여 토론하고 정밀하게 분석하는 작업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 작업이 끝나야 정부가 내놓을 답이 마련된다”고 말했다.

우선적으로 북한이 취해야 할 ‘진정성 있는 조치’에 대해 통일부 당국자는 “천안함 침몰과 연평도 포격 도발에 대해 책임있는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외교통상부는 이보다는 다소 유연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 온도차가 있다.

외교부 한 당국자는 “북한의 의도는 의심되지만 무조건 대화제의를 무시하는 것은 좋지 않다”며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도발의 분리대응 접근 필요성을 설명했다.

이 당국자는 “두 사건은 성격과 상황이 좀 다르다”며 “천안함은 일방적으로 공격받았던 측면에서 사과를 분명 요구해야 하지만, 연평도는 미흡하다는 비난을 받더라도 즉각적인 포격 대응 등으로 맞섰다는 점에서 달리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명박 대통령은 천안함 사건 관련 대국민담화(2010년 5월24일)에서는 “북한은 대한민국과 국제사회 앞에 사과하고, 이번 사건 관련자들을 즉각 처벌해야 한다”고 촉구한 반면, 연평도 도발 관련 대국민담화(같은해 11월29일)에서는 “영토에 대한 직접 포격, 민간인을 향한 군사공격은 반인륜적 범죄”라고 강력 규탄하면서도 명시적인 사과요구 표현은 없었다.

청와대 안보라인 핵심관계자는 “북한은 특히 2012년 강성대국과 김정은 후계체제 구축을 위해서라도 지원과 도움을 받을 곳이 우리밖에 없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상협기자 jupite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