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이렇게 서로 마주 앉아서도 스마트폰으로 제각각 다른 짓할 거면 휴대전화 다 쓰지 말자!”

5일 새해를 맞아 대학 동기, 선후배들과 신년회를 한 대학생 강모(26)씨는 친구들의 행동에 ‘버럭’ 하고 소리를 질러 버렸다. 8명의 친구들 중 스마트폰 이용자인 5명 모두 손에서 스마트폰을 놓지 않았던 것. 바로 앞에 대화를 할 사람이 있는데도 친구들은 시선을 아래로 깔고 스마트폰으로 트위터 댓글을 확인하거나 실시간 뉴스를 체크하느라 바빴다.

강씨는 “안 되겠다 싶어 휴대전화를 걷어 한쪽에 쌓아 뒀지만 다시 하나둘 가져가는 바람에 어색한 분위기만 흘렀다”며 “‘가까이 있는 사람보다 스마트폰 너머 사람들과의 대화가 더 즐거운 건가’라는 생각이 들어 씁쓸했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사용자가 이동전화 가입자 수의 14% 수준인 772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스마트폰 시대 소통의 양면성이 드러나고 있다. ‘손 안의 컴퓨터’나 다름없는 스마트폰의 등장은 트위터와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과 쉽고 빠르게 소통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가져왔지만 강씨처럼 오히려 소통의 ‘단절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다.

직장인들도 마찬가지다. 회사원 조모(여·27)씨는 “회사의 회의 시간에는 물론 가족과의 저녁 식사 자리에서도 스마트폰으로 메일을 확인하고 트위터 등을 확인하게 된다”며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생긴 습관적인 행동들이 오히려 가까운 사람들과의 대화 시간을 줄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스마트폰을 통한 소통에 대해 경계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황상민(심리학) 연세대 교수는 “스마트폰을 통한 소통은 파편적이고 단편적이어서 서로를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진정한 의미의 소통을 이뤄 내지 못해 오히려 외로움과 고립감을 쉽게 느끼게 한다”고 밝혔다.

윤정아기자 jay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