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hurry up!’ 5일 오후 서울 노원구 중계동 학원가에서 초등학생들이 영어 수업을 마친 뒤 쏟아져 나와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곽성호기자 tray92@munhwa.com

“서울 강남의 ‘빅3’ 영어학원에 들어가려고 재수, 삼수까지 하는 아이들이 허다해요. 이 학원에 들어가기 위해 별도의 과외를 받는 일도 다반사고요. 돈만 있다고 들어갈 수 있는 학원이 아니라니까요.”

5일 오후 대한민국 사교육 1번지로 널리 알려진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초등 영어학원 앞에서 만난 주부 황모(여·41)씨는 “강남 대치동의 ‘일류’ 영어학원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대기 순번을 받은 후 레벨(level) 테스트를 거쳐야 한다”며 “지원 학생 10명 중 1~2명만 합격시킬 정도로 ‘물 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마아파트 사거리를 중심으로 600여개에 달하는 학원이 건물마다 빼곡히 입주해 있는 대치동 일대에서는 이날 겨울방학을 맞아 자녀들을 이른바 ‘메이저’ 영어학원에 들여보내기 위한 학부모들의 ‘입시’ 경쟁이 한창이었다.

소위 상위 1%의 영어 실력을 가진 학생들만 들어갈 수 있다고 알려진 L어학원의 입학시험이 치러진 이날 학원 주변 커피 전문점 등은 시험을 치르고 나오는 자녀를 기다리는 학부모들로 가득했다. 이곳에서 만난 학부모 이모(여·38)씨는 “명문대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초등 영어학원부터 수준 높은 곳을 다녀야 할 것 같아 이곳을 찾았다”며 “학원에 들어가기 위해 개인 과외를 받는 일도 성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강북의 대표적인 학원가로 유명한 노원구 중계동 일대에도 초등 영어학원 입시 열풍이 불고 있었다. 이날 오후 2시쯤 중계동 은행사거리 인근 유명 P어학원 앞. 학원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학원 승합차를 기다리는 초등학생 2~3학년 학생들은 장난을 칠 때도 연방 영어를 쏟아 내고 있었다. 학부모 김모(여·36)씨는 “교재비와 활동비 등을 포함해 매달 120여만원을 쏟아부어야 하지만 들어오고 싶어 안달하는 학생들이 줄을 섰다”고 말했다.

신흥 명문 사교육 밀집 지역으로 떠오르는 서울 양천구 목동의 유명 영어학원도 입시 때문에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었다.

한 유명 사립 어학원 관계자는 “학급 정원에서 10명 정도가 비면 홈페이지 대기자 명단에 올라 있는 학부모들에게 레벨 테스트를 보러 오라고 통지하고 있다”며 “한 번 떨어지면 두 달 후 재응시 기회를 줄 뿐 실력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무리하게 충원하지는 않고 있다”고 밝혔다.

현일훈기자 on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