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안보 최후의 보루는 다름 아닌 경제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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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안보는 국가 경제를 유지하기 위한 기본 전제로 꼽힌다. 국가는 시장 간섭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해 자유방임주의 시장경제학자로 알려진 애덤 스미스조차 ‘국부론’에서 다른 사회의 침입이나 전쟁 행위로부터 사회를 방위하는 임무는 국가의 의무라고 규정했다. 하지만 국가 안보를 위한 최후의 보루이자 궁극적으로 안보를 강하게 할 수 있는 것 역시 다름 아닌 경제력이다. 뒷받침할 경제적 자원이 없다면 정치나 외교, 군사력은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미국이 세계의 경찰 국가 노릇을 하는 것 역시 미국 경제가 현재 세계 경제의 23%를 차지하는 제1의 경제대국이기 때문이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계속되는 대내외적 경제 불안에 더해 연평도 포격 도발 등 북한의 위협이 지속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수출을 늘리고 일자리를 만드는 등 국부(國富)를 키워 나가는 경제 주체들의 역할은 재차 강조할 필요 없이 중요하다. 세계 주요 경제권으로 꼽히는 중국과 일본의 틈바구니 속에서 제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도 한국의 국부를 키워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문화일보는 2011년 새해를 맞아 조환익 KOTRA 사장과 김영용 한국경제연구원장, 장지종 중소기업연구원장 등 국내 대표적인 경제 전문가 3인에게 대내외 위기 속에서도 경제 성장을 지속하고 국부를 키워 나갈 방법을 들어 본다.

“글로벌 협력·해외투자로 국가 경제영역 확장하라”

“수출뿐 아니라 활발한 해외 투자, 글로벌 기업과의 협력 강화, 수출품목의 고도화·다양화 등 전 분야가 세계와 동화되는 글로벌 코리아 전략이 필요합니다.”

조환익(사진) KOTRA 사장은 30일 문화일보와의 신년 인터뷰에서 부국(富國)의 화두를 이같이 제시했다. 조 사장은 “수출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경제적 파트너를 많이 발굴하는 등 국가의 경제적 영역을 확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비빔밥 문화를 예로 들며 세계 각국의 장점을 융·복합해 한국만의 경제 성장 모델을 만들어 가는 게 필요하다고 밝혔다. 조 사장은 “일본의 근면성과 생산성·생산기술, 미국의 파괴적 혁신, 중국의 적절한 정부 개입 등 장점을 흡수해 우리 것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며 “선진국 모두 나름의 단점을 갖고 있어 특정 국가 모델을 선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의사결정의 스피드, 정부 정책 투입 과정의 효율성, 치밀한 해외 현지화 능력 등 한국의 장점도 더불어 잘 살려 가야 한다”고 말했다.

조 사장은 한국을 이끌 산업으로 정보기술(IT) 융합 산업, 지식서비스 산업 등을 꼽았다. 경제 성장 전략에 융·복합이 필요하듯 미래 산업도 융·복합이 이끌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는 “IT가 각 산업 분야와 융합하면서 각 산업의 핵심 전력이 커지고 기업들이 경쟁력을 갖추기가 쉬워졌다”고 말했다. 또 “한류를 수출로 연결시켜 캐릭터, 음악, 프랜차이즈 등 다양한 지식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며 “한국은 아직 아이폰 등과 같이 새로운 트렌드를 창출하는 능력은 부족해 연구·개발(R&D) 능력을 축적하는 등의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신흥시장 공략과 중소기업 해외 진출 강화 필요성도 강조했다. 조 사장은 “아직 한국이 개척하지 못한 서남아시아, 아프리카, 동유럽 등에 대한 공략이 필요하다”며 “이들 국가에는 의외로 ‘한류’가 형성돼 있어 이런 곳을 개척하면 안정적인 시장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소기업이 해외 글로벌 대기업과 협력을 강화하면 선진기술 도입뿐 아니라 글로벌 대기업이 확보하고 있는 시장에도 쉽게 진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국내 대기업과의 협상력도 높아져 진정한 의미의 상생 협력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조 사장은 현 상황에 안주하는 것을 강하게 경계했다. 그는 “좁은 국토와 빈약한 자원, 많은 인구로 인해 수출은 피할 수 없는 성장 전략이기 때문에 수출 비중이 높은 것은 어쩔 수 없는 결과”라고 말했다. 조 사장은 “우리보다 훨씬 큰 내수시장을 가진 일본이 그것만 믿고 해외를 등한시한 결과 현재의 어려움에 봉착했다”며 “수출 비중이 높으면 위험하다는 식의 논리는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글 = 조성진기자 threemen@munhwa.com, 사진 = 신창섭기자 bluesk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