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사법 족쇄’ 벗은 이재용, 샘 올트먼과 회동

이미지 크게보기‘삼성 시계’ 재가동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3일 불법 경영권 승계 관련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 ‘2심 무죄’ 받고 현장 경영

오픈AI와 파트너십 논의할 듯

미래 경쟁력 강화 광폭 행보속
컨트롤타워 복원 ‘뉴삼성’ 속도
파운드리·바이오 사업 확대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4일 회사 반도체 경영진과 방한 중인 샘 올트먼 오픈AI CEO와 잇달아 회동하는 등 경영 고삐를 바짝 죄고 나섰다. 전날 서울고법에서 열린 이른바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항소심 재판에서 19개 혐의 모두 무죄를 선고받은 지 하루 만에 반도체 초격차 경쟁력 회복 및 미래 경쟁력 강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광폭 행보에 나선 것이다.

사업 리스크를 상당 부분 해소한 이 회장이 반도체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사업 재건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 가운데 재계에서는 “갈수록 치열해지는 무역전쟁 속에서 멈춰진 삼성의 시계를 본격 재가동토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 회장은 검찰의 상고 여부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당분간 ‘로키’ 행보를 유지하며 컨트롤타워 재건과 쇄신 인사, 사업 재편 등 ‘뉴(New) 삼성’ 건설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으로 정상 출근해 전영현 부회장을 비롯한 디바이스솔루션(DS) 경영진과 만나 반도체 사업 등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후에는 한종희·전영현 부회장 등 핵심 경영진과 함께 챗GPT 개발로 생성형 인공지능(AI) 시대를 연 올트먼과 서초동 모처에서 만날 예정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평소 올트먼과 통화를 하는 등 친분을 유지해왔다.

이 회장과 올트먼의 이번 회동에선 양사의 파트너십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올트먼은 방한 전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AI 전용 단말기와 반도체를 독자 개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오픈AI가 추진하는 AI 칩에 삼성전자 반도체를 탑재하고, AI 전용 단말기 역시 삼성전자가 생산하는 방안 등에 대해 심도 있는 협의가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오픈AI가 기업 가치 제고를 모색 중인 만큼 올트먼이 이 회장에게 직접 대규모 투자 유치를 요청할 가능성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재계 안팎에서는 검찰의 상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이 회장이 사법 족쇄에 얽매인 사이 국내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는 전방위적인 위기에 직면했다. 특히 세계 1위 지위를 유지해 온 메모리 반도체 부문에서 SK하이닉스에 우위를 내줬고, 미래 먹거리로 꼽았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선 대만의 TSMC와의 점유율 격차가 50%포인트로 크게 벌어졌다.

한 재계 관계자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2.0 출범에 더해 국내 행정부도 공백인 상황에서 글로벌 인맥을 가진 이 회장의 활동을 추가로 제약하는 건 국가적 손실”이라고 말했다.

김성훈·이용권 기자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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