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痛’ 앓는 한국…‘중국通’을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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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요 2개국(G2)으로 부상한 중국이 한국에 대해 각종 현안마다 ‘강경’ 목소리를 내면서 갈등 양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은 천안함 침몰 사건, 연평도 포격 도발, 북핵 문제와 관련한 북한 감싸기에서 한술 더 떠 북한 입장에 동조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와 함께 지난 12월 말 중국 어선 침몰 사건에서 보듯 국제법이나 상대국의 입장을 아랑곳하지 않는 ‘힘의 외교’를 펼침으로써 지난 1992년 수교 이래 한중관계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현실은 중국을 마냥 적대시할 수 없다는 점에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중국의 영향력은 동맹국인 미국이나 일본보다 더 커졌다. 중국과의 무역 마찰은 곧바로 한국 산업에 타격이 될 정도로 의존도가 높다. 그러나 높아진 중요도에 상응해야 할 인적 네트워크나 외교력은 이제 겨우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 중국 전문가 또한 이웃 일본에 비하면 형편없는 수준이다. 단적인 예로 주중 미국대사와 주중 일본대사가 모두 중국어에 능통하고 특히 존 헌츠먼 주중 미국대사는 중국 어린이를 입양해 키우고 있는 데 비해 류우익 주중 한국대사는 중국어를 모르고 중국과 인연이 전혀 없다. 중국 내 지식인들 사이에서는 한국이 “돈은 중국에서 벌면서 미국하고만 친하게 지낸다”는 비판적 인식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게 현실이다.

◆ 한국의 대중 외교 현실 = 일반적으로 정부의 외교라인에서 중국전문가 또는 중국통이라고 하면 ‘현지근무 경험이 있고 중국어를 할 줄 알며 중국의 문화와 역사 등에 대한 이해가 있는 사람’을 말한다. 특히 현지 언어 구사능력은 필수적이다. 지난해 6월 부임한 니와 우이치로(丹羽宇一郞) 주중 일본대사는 현지어에 능통한 중국통이다. 일본 종합무역상사 가운데 중국에서 최강인 이토추(伊藤忠) 전 회장을 역임한 그는 유창한 중국어로 중국인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이에 비해 지난해 주중 한국대사관에 부임한 어느 외교관의 이야기는 우리의 대중 외교 현실을 아프게 보여주고 있다. 경제분야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그는 중국의 카운터파트너와 업무 추진에 별다른 불편함이 없었다. 늘 통역을 통해 이야기가 오갔기 때문이었다. 그런 어느날 중국측 파트너의 초대로 저녁식사를 함께 했다. 편안한 자리에서의 첫 대면이라 반주도 꽤 곁들이면서 ‘만찬’이 밤늦도록 계속됐다. 문제는 다음날 아침에 발생했다. 자신의 부임을 환영해준 중국측 파트너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고 싶었지만 언어가 문제였다. 중국측 파트너는 영어가 서툴렀고, 우리 외교관은 중국어를 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몇번이나 전화기를 들었다 놨다를 반복하던 그는 결국 부임 환영연을 베풀어준 그에게 감사 인사 한마디도 못한 채 수화기를 내려 놓았다고 기자에게 고백했다.

이 사례는 한국 외교통상부나 각 정부 부처가 중국 업무 담당자를 파견하는 데에 깔린 기본 인식을 드러내고 있다. 다소 과장해서 말한다면 “중국 별것 아니니 대충 3년 하고 돌아오면 돼. 언어는 무슨 언어….” 이런 식이다. 물론 현지 언어에 능통하더라도 정식 협상이나 공식회의는 통역을 쓰는 것이 기본이다. 하지만 개인적인 대화까지 중국어로 소통하지 못할 정도라면 개인적인 ‘관시(關係·관계)’를 중시하는 중국에서의 업무 추진 능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2008년 5월 중국을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은 “중국을 제대로 그리고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전문연구기관 설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대통령이 강조한 정부내 중국 전문 연구기관은 지난 12월15일에야 겨우 외교통상부 산하 외교안보연구원에 중국연구센터가 신설된 정도에 그쳤다. 대통령이 중요성을 강조한 뒤 2년7개월이나 지난 뒤였다. 또 외교안보연구원의 중국연구센터가 이제 막 설립된 정도이니 다른 국가 기관의 중국 관련 연구 인력은 턱없이 모자라거나 아예 없는 실정이다.

◆ 기는 한국 위에 나는 일본 = 지난해 9월 중국 어선 충돌로 시작된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갈등에서 보듯 중·일관계에 내재된 역사적 불신과 적대감은 한중관계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다양하다. 하지만 중국과 일본의 민간 외교는 우리보다 훨씬 더 가깝고 폭넓게 진행되고 있다. “정부 간 교류나 중국의 국민감정이 좋지 않더라도 개개인은 친구”라며 민간 차원의 교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2009년 10월1일 신중국 건국 60주년 열병식을 위한 베이징(北京) 톈안먼(天安門) 기념식장. 이날 단상에는 외교관 이외에 외국인 200명이 초청됐다. 이들 200명 가운데 한국인은 단 1명. 하지만 중국과 앙숙관계인 일본인은 무려 15명이나 단상에 앉아 있었다. 베이징 외교가에 따르면 1972년 수교 후 일본에서 유학했던 중국내 고위공직자들이 일본인 지인들을 집중적으로 초청한 결과였다.

이에 대해 베이징 외교소식통은 “중국 관료들은 국가 정책이나 국민 감정은 어쩔 수 없지만 개개인이 맺은 ‘관시’는 무척 중요하게 여겨 민간 차원의 교류를 지속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중국 상하이(上海) 엑스포 기간 동안 중국과 일본에서 동시에 화제가 된 일본인 야마다 도미요(山田外美代·여·62) 이야기도 민간교류의 중요성을 보여주고 있다. 야마다는 지난해 5월1일 개막일부터 10월31일 폐막일까지 매일 엑스포 전시관을 참관, ‘184일 개근’을 달성했다. 야마다는 “‘환경에 대한 배려’라는 2005년 일본의 아이치(愛知)엑스포 이념이 상하이엑스포에 어떻게 계승됐는지를 확인하고 싶다”는 이유로 상하이행을 결심했다. 그의 활동은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을 거부할 정도로 센카쿠 열도를 둘러싸고 첨예한 대립을 벌이던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까지 감동시켰고, 결국 원 총리는 지난해 10월31일 상하이 엑스포 폐막 관련 행사에서 야마다의 이야기를 직접 거론하며 칭찬했다.

◆ 한중관계 대책은 = 옌쉐퉁(閻學通) 칭화(淸華)대 국제문제연구소 소장은 “한국이 이웃나라인 중국과 사이가 좋지 않다면 좋을 게 뭐가 있겠는가”라며 “정부 간 관계가 개선되면 국민들 간 이해 부족도 자연스럽게 개선될 것”이라며 양국 간 정치관계의 신뢰 회복을 강조했다.

베이징 = 한강우특파원 hanga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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