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비핵·개방·3000 다음은…’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현 정부 대북정책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북한체제전환의 수위와 방법론을 둘러싼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북한의 3·26 천안함 침몰 사건 때만 해도 정부에서는 여전히 ‘비핵·개방·3000’이 대북접근법으로서 유용성을 유지하고 있었으나 11·23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엔 북한 ‘레짐 체인지(정권교체)론’이 힘을 얻고 있다. 진보정권의 ‘포용적’ 접근법은 물론 보수정권의 ‘압박적’ 대북정책으로도 북한의 변화가 불가능하다는 게 연평도 포격 도발로 확인된 만큼 종래의 대북정책과는 전혀 다른 새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게 그 이유다. 그러나 과연 정권교체론이 정부정책으로 공식 입안될 수 있는 것이냐에 대해선 찬반양론이 팽팽하다. 북측이 남측의 정책을 ‘체제전복’ 전략으로 규정, 대화 자체를 거부할 경우 한반도의 긴장도는 그만큼 높아지는 위험부담이 있기 때문이다.

현 정부의 대북정책은 ‘대화와 압박’을 병행하는 투트랙(two-track) 전술로 요약할 수 있다.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을 보이면 대화 테이블에 앉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대화는 물론 경제적 지원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이 확인되면 6자회담도 재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와 관련, “대화에 앞서 비핵화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분명한 요구조건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일 3국이 물밑에서 논의 중인 전제조건에는 북한의 핵개발 중단 선언, 9·19공동성명 이행 확약, 무력도발 재발 방지 약속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북한이 과연 이 같은 요구를 수용하고 회담에 나올지는 미지수다. 압박 속에서 진행되는 대화에는 응할 수 없다는 게 북한의 주장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인사들은 북한의 ‘레짐 체인지’ 가능성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일부에서 말하는 흡수통일은 논할 일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지만 이는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다. 특히 이 같은 전략이 북한을 자극해 불필요한 긴장이 조성되고, 다시 국지전이 발생할 경우 정전협정을 무력화하려는 북한의 전략에 말려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박영출기자 eve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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