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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내년부터 ‘베이비부머 은퇴자’가 쏟아진다.이에 따라 연금 등 각종 사회보장 비용이 치솟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은퇴 후 경제생활에 대한 준비가 채 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경제난으로 조기퇴직하는 베이비부머가 늘어나면서 ‘빈곤 노년’의 공포와 정부재정 파탄이 현실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미 인구통계자료에 따르면, 2011년 1월1일부터 65세 은퇴연령에 이르는 베이비부머는 오는 2030년까지 약 19년동안 매일 약 1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베이비부머는 2차세계대전 종전 후인 1946년부터 1964년에 태어난 사람들을 가리키는 용어로, 총 7600만명에 달한다. 2010년 12월 현재 가장 높은 연령이 64세, 가장 낮은 연령이 46세이다.

문제는 베이비부머가 주택가격 하락, 낮은 주식투자 수익률, 구직난, 치솟는 의료비용 등으로 인해 은퇴 후 빈곤층으로 추락할 위험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펜실베이니아대 ‘보트너 연금 및 은퇴연구센터’의 올리비아 미첼 소장은 27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베이비부머들이 은퇴를 위해 효과적인 경제적 대비를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노동시장에서 조기 퇴출되고 있어 상황이 아주 심각하다”고 우려했다.

과거와 같은 연금 중심의 은퇴계획은 더 이상 의미가 없어진 상태이다. 수도 워싱턴에 있는 ‘근로자혜택연구소’ 조사 결과, 사기업에서 일하다 은퇴한 베이비부머 중 안정적으로 연금을 수령하고 있는 사람은 약 1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약 30년 전인 1980년대에 39%였던 것과 비교하면 엄청나게 줄어든 것. 반면 은퇴 후 경제계획에서 주식이 차지하는 비율은 과거보다 높아지고 있다. 사기업 은퇴자의 약 42%가 이른바 401K(확정기여형 퇴직연금제를 규정한 법안명칭)로 불리는 주식투자를 통한 연금으로 노후생활을 계획하고 있는데, 지난 10년간 수익률은 약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 큰 문제는 주택가격 추락이다. 주택가격이 지난 2008년 이전보다 3분의 1이 떨어지면서, 은퇴예정자 중 22%가 시세보다 많은 모기지 부담을 안고 있는 상태이다. 은퇴연구센터의 앤서니 웹 박사는 AP와의 인터뷰에서 베이비부머가 직면한 경제난을 ‘슬로 버닝 위기(Slow-burning Crisis)’로 지적했다. 서서히 타오르는 불꽃처럼 의식하지 못하고 있다가 갑자기 위기에 직면한다는 의미이다. 그는 “20∼30년 뒤 미래상황을 회피하려는 유혹을 느끼기 쉽다”면서 급속한 고령화 추세 속에서 개인적, 사회적 차원의 은퇴대비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오애리 선임기자 aer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