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척추성 근위축증을 앓고 있는 앤지 리(오른쪽)와 친구 키라 스캐든이 다정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출처:http://angieshope.org

희귀성 질환에 걸린 한국계 소녀와 친구를 돕기 위해 치료연구 기금모금운동을 해 온 미국 소녀의 우정이 미국 사회에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미국 일리노이 주 시카고 인근 네이퍼빌의 키라 스캐든(여·11)은 지난 4년간 척추성 근위축증(SMA)을 앓는 친구 앤지 리(한국명 이정인)를 위해 모금활동을 벌여 SMA 단체인 ‘SMA 가족들’에 기부해 왔다. ‘SMA 가족들’에 따르면 키라는 지난 22일 올해 모금액 1만8500달러를 기부한 것을 비롯해 초등학교 2학년이던 지난 2007년부터 총 5만2900달러(약 6100만원)를 모금해 기부했다.

키라와 앤지의 우정은 앤지가 2006년 키라가 사는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교외 네이퍼빌로 이사오면서 시작됐다. 평소 부끄러움이 많던 키라는 처음에는 휠체어를 탄 앤지를 어려워했지만 곧 농담을 잘하는 앤지와 친해졌다. 이후 늘 앤지와 붙어다니던 키라는 다른 사람들이 앤지의 병에 대해 부담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는 것을 싫어했고 2007년 앤지의 질환에 대한 치료 연구를 돕기 위해 저금통을 들고 불치병 모금을 시작했다. 이는 곧 키라의 어머니의 제안으로 장난감을 파는 벼룩시장(garage sale)으로 커졌고 사정을 들은 이웃들의 성금이 답지해 이들은 첫해에만 예상을 뛰어넘는 9400달러를 모금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인근 상점 등 기부에 동참하는 사람들도 늘어 올해는 이웃의 한 인테리어업자가 1만달러짜리 인테리어공사를 경매에 내놓아 4700달러의 기금을 기부하기도 했다. 이들의 사정을 아는 사람이 전 미국으로 늘어나 보스턴에서도 이들의 이름을 건 모금 행사가 열렸고 지역 문구업체는 이들의 우정을 담은 메모지를 제작해 인터넷을 통해 판매해 수익금을 SMA난치병 연구에 내놓기로 했다. 또한 이들의 홈페이지(http://angieshope.org)에선 기부를 위한 자선 바자를 하고 있다. 앤지의 어머니 김귀염(36)씨는 “키라와의 우정과, 각종 행사 등의 영향으로 정인이가 긍정적인 사고를 하게 됐을 뿐만 아니라 스스로 사랑받고 있다는 자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키라는 “앞으로 사람들이 앤지를 불편하게 보지 말았으면 좋겠다”며 “SMA 치료법이 발견될 때까지 가내 벼룩시장 기부는 계속할 것”이라며 포부를 밝혔다. SMA는 근육운동을 조절하는 신경이 파괴되는 질병으로 기거나 걷기, 목과 머리 조절, 삼키거나 숨쉬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난치병이지만 미 국립보건연구원(NIH)은 충분한 연구비만 조달되면 5년 내 치료법이 나올 것으로 예측했다.

박준우기자 jwrepublic@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