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1980년대 초 정부 지원으로 건설된 경기 연천군 신서면 지하방공호가 6일 폐쇄된 채 방치돼 있다. 연천 = 오명근기자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에 이어 경기도 포격 위협으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비상상황시 피할 수 있는 대피소의 시설이 열악하고 관리 역시 부실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7일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전국의 대피소는 2만5724개소에 이르고 있으나 화생방 방호시설을 갖춘 1등급 대피소는 11곳뿐이다.

특히 서울과 인천·대구·충북 등의 지역에는 1등급 대피소가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북한의 공습 등 만약의 사태가 발생할 경우 대부분 국민들은 지하철역이나 건물 지하, 지하 주차장 등으로 대피해야 한다.

더구나 기존 대피소들도 비상식량은 물론 취사시설과 통신기기, 구명도구 등 기본시설을 거의 갖춰지지 않아 실질적인 대피소 역할수행이 어려운 실정이다. 157개소의 대피소를 확보하고 있는 강원 춘천시의 경우 음식 조리가 가능한 취사시설을 갖춘 대피소는 도청과 시청 등 공공건물 5곳에 불과하다. 나머지 대피소들 가운데 상당수는 스티로폼 조각을 바닥에 깔고 구호물자 몇 가지를 넣어놓은 것이 전부로 난방시설은 물론 변변한 구급약품도 갖추지 못하고 있다. 또 인천 옹진군 백령도 등 일부 대피소는 콘크리트가 깨지거나 갈라지고 철근이 드러나는 등 시설이 지나치게 낡아 안전문제도 심각한 수준이다.

특히 상당수 민간시설 대피소는 지하주차장과 창고 등으로 사용되거나 적재물이 쌓여 있어 대피소로서의 기능 수행이 어려운 실정이다. 9곳의 대피소가 있는 충북 음성군의 일부시설은 점검 장부조차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원 춘천시 근화동 공지천 공원 대피소 등 상당수 민간시설 대피소는 지하로 연결되는 통행로나 입구를 막아 놓아 유사시 신속 대피가 불가능한 실정이다. 자치단체에서는 1년에 2차례씩 현장점검을 실시하지만 확인 대상이 너무 많아 대부분 표본조사 방식의 형식적인 점검에 그치고 있다.

자치단체의 한 관계자는 “예산과 인력이 부족한 데다 민간시설의 경우 사유재산권을 제한할 수 없어 시설보완과 운영,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정부 차원의 대대적인 예산지원 등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청주 = 고광일기자 kik@, 전국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