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청와대는 외교안보라인 각료들의 잇단 ‘설화’ 파문에 곤혹스러워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로 조성된 엄중한 위기 국면에서 벌어지는 일들이다. 문제는 이들 참모의 책임론에 그치지 않고 이명박 대통령에게까지 불똥이 튈지 모르는 아슬아슬한 줄타기 상황이 연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태영 국방부장관이 초기 대응과정에서 이 대통령이 ‘확전 주의’ 지시를 했는지 여부를 놓고 말바꾸기를 한 데 이어 원세훈 국가정보원장도 유사한 발언 파문에 가세했다.

모두 국회 상임위 답변과정에서 벌어진 일들로 여야 할 것 없이 정치권에 공격의 빌미를 주고 있다. 원 국정원장은 11월23일 북한의 연평도 도발을 앞두고 지난 8월 감청을 통해 공격징후를 파악했는지 여부와 이를 이 대통령에게 보고했는지 진위 논란을 초래했다. 공격징후 무시는 최고정보기관의 정보분석·판단 능력에 심각한 결함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책임론의 소재가 되기에 충분하다. 대통령보고 여부는 더 민감하다.

원 원장이 아닌 간부가 잘못 답변한 것으로 진실은 밝혀졌지만, 경위가 어떻든 정보기관이 최종 책임여부를 이 대통령에게 떠넘겼다는 점에서 안이한 인식이 도마에 올랐다. 익명을 요구한 청와대 한 핵심관계자가 “국정원이 자꾸 그런 식으로 얘기하면 곤란하다”고 경고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번에는 징후가 심각하니 철저한 대책을 강구해야한다’고 보고하지 않고, 종이 한장의 보고서나 지나치듯이 “북한은 늘 이런 식으로 상투적인 것입니다”고 보고한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도 전날 파문이 커지자 “정보 책임자가 대통령에게 하는 보고에 대해 ‘보고가 있었다, 없었다’거나 ‘이런 내용이었다’고 언급하는 자체가 적절치 않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국정원은 나름 억울하다는 입장에서 적극 해명하고 나섰다. 한 관계자는 “북한의 도발 징후는 상시적으로 감지되고, 1년 열두달 내내 벌어지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또 “북한도 우리가 감청할 만한 주파수를 알고 있기 때문에 허위정보를 흘리기도 한다”고 정보판단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김상협기자 jupite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