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남북한 이산가족 상봉 당시 식량난과 영양실조를 숨기기 위해 세끼 식사와 비타민으로 상봉 대상자들을 살찌게 한 뒤 상봉장으로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폭로사이트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2009년 8월 주한 미국 대사관의 외교전문에 나온 것으로 당시 미 대사관은 이산가족 상봉과 관련해 북한이 긍정적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적고 있다.

전문은 “북한은 충성도를 근거로 상봉 대상자들을 선별한 뒤 평양으로 데려가 제때 식사와 비타민으로 살을 찌웠다”며 “주민들의 식량난과 만성적인 영양실조를 감추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또 한국측 상봉단의 말을 인용해 북한이 선물과 함께 연회 비용조로 1인당 50달러를 요구했다고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이 외교전문을 인용해 1일 보도했다.

슈피겔은 또 선양(瀋陽) 주재 미 총영사관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체인스모커(Chain Smoker)’라는 외교전문을 본국에 보냈다고 보도했다. 북한에 전혀 두려움이 없을 정도로 영향력이 있는 한 여성사업가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면담 내용을 밝힌 것을 바탕으로 작성됐다. 묘향산 초대소에서 김 위원장을 개인적으로 만났다는 이 사업가는 김 위원장이 “건강이 좋고 정신도 또렷해 모든 것을 통제하는 듯했다”며 “상세한 부분까지 파고들고, 카리스마가 있었으며 기억력이 좋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전했다.

당시 김 위원장은 의사의 지시를 따르지 않고 건강에도 큰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았다고 한다. 전문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1시간의 공식 면담이 끝나자마자 담배에 불을 붙였고, 저녁 식사 전에 샴페인을 마셨다. 식사 중에는 위스키 칵테일을 곁들였고, 식사 내내 줄담배를 피웠다. 김 위원장의 실질적 부인으로 알려진 김옥은 다른 소파에 앉아 면담 내용을 메모했다. 김 위원장과의 정확한 면담날짜는 명시되어 있지 않았으나 뇌졸중을 앓은 이후인 것으로 추정된다.

선양 주재 미 총영사관의 2010년 1월 외교전문에서는 대북사업과 관련된 거물급 인사의 말을 인용, “북한의 화폐개혁은 당고위층의 갈수록 커지는 불안감의 표현”이라고 전했다. 이 인사는 또 김 위원장의 후계자로 알려진 3남 김정은이 경제개혁을 추진하려는 의지가 있지만 먼 길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은 “북한은 중국이 147개 관광추천국이나 137개 투자추천국에 북한을 포함시키지 않아 타격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북한은 ‘2012년 강국건설’ 계획의 일환으로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희망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현미기자 alway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