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볼링은 골프와 함께 가장 사교적인 운동으로 꼽힌다. 특히 연로한 어른들이 적당한 운동과 함께 사람을 사귀는 데 더없이 좋다. 지난 19일 한국실버볼링연합회 회원들이 경기를 벌이고 있다. 인천 = 곽성호기자 tray92@munhwa.com

볼링은 두뇌 발달과 정신건강에 좋다는 연구보고가 있다. 볼링만큼 스트레스 해소에 좋은 생활체육 종목도 드물 것 같다. 스트라이크를 했을 때 ‘우당탕탕’ 10개의 핀이 무너지는 소리는 속이 다 후련해지게 만든다. 볼링은 현대인이 억누르고 사는 ‘파괴본능’을 만족시키는 운동이란 평가도 있다.

볼링을 현대스포츠라 생각하지만 그 역사는 무척 오래됐다. BC 7000년경의 이집트 고분에서 나무로 된 볼과 핀이 발견됐다. 흥미로운 것은 중세시대 교회에서 볼링이 성행했고 민간에 전파했다는 것인데, 아마 금욕생활을 하는 성직자들의 스트레스 해소에 볼링이 적격이었던 모양이다.

볼링이 국내에 처음 전해진 것은 1952년 서울 용산 미군기지에 볼링장이 생기면서. 최초의 민간 볼링장은 1967년 워커힐호텔 지하에 설치된 4개 레인이었다. 1969년 20레인 규모의 코리아볼링센터가 개장하면서 볼링장과 볼링인구가 점차 늘기 시작했다. 물론 이때만 해도 상류층의 ‘폼 잡는’ 스포츠였다. 그러다가 1970년대 제1차 유류파동이 나면서 정부의 에너지절약 정책에 따른 규제와 불경기로 여러 볼링장이 문을 닫고 볼링은 침체에 빠졌다.

볼링이 대중적인 종목으로 뜨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중반. 1984년 제65회 전국체전에서 볼링이 정식종목으로 들어갔다.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에선 처음 메달종목으로 채택돼 한국이 금메달 2개와 동메달 2개를 획득했고 이어진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는 시범종목으로 권종률 선수가 금메달을 따냈다.

이후 국민생활 수준의 향상과 맞물려 볼링은 빠르게 대중화됐고 웬만한 빌딩의 옥상에는 대형 볼링핀이 세워져 ‘볼러(bowler)’들을 유혹할 정도였다.

그러나 요즘 도심에서 볼링장을 보기란 쉽지 않다.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 이후 볼링붐이 다시 주춤해졌기 때문이다. 국민생활체육 전국볼링연합회의 김성태 상근이사는 “외환위기를 거치며 민간에서 볼링장을 짓고 운영하는 데 투자 대비 수익이 적어지며 볼링장도 줄고 인구도 감소했다”고 말한다. 국내의 볼링 역사를 보면 볼링처럼 경기에 민감한 종목도 없는 셈이다. 김 이사는 “최근 지방자치단체에서 주민들을 위해 볼링장을 여럿 짓고 있어 다시 붐을 일으킬 조짐이 보이고 있다”고 말한다.

전국의 볼링인구는 80만명을 웃돈다. 연합회가 지난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에 직장인 볼링클럽이 1400개(2만여명), 일반클럽이 7782개(20만2000명)에 달한다. 동호회 가입은 하지 않았지만 볼링을 즐기는 동호인은 58만4000여명 정도로 보고 있다. 전국의 볼링장 이용 현황을 통해 추산한 수치다. 전국의 볼링장은 2006년 기준으로 613개, 8616개 레인이 있다. 연합회 산하의 전국 16개 시·도지부에서 개최하는 볼링대회만 연 600개에 이른다.

김 이사는 “볼링을 배우려면 직장이나 지역의 동호회에 가입하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라며 “볼링은 특별한 준비물이 필요치 않고, 가벼운 옷차림이면 되며, 볼과 신발은 볼링장에서 빌리면 된다”고 말한다. 게임비도 경기당 2500~3500원, 신발대여료는 1000~1500원 정도다.

볼링은 보기보다 운동량이 많은 운동이다. 볼링 3게임(약 20분 소요)은 테니스 15분, 수영 10분 정도의 운동량에 해당할 만큼 칼로리 소모도 적지 않다. 볼링은 또 어떤 포인트에 볼을 놓느냐에 따라 볼의 다양성이 구사되기 때문에 집중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 근력과 하체에 도움을 주며 여성의 경우 몸의 밸런스 유지에도 적합한 운동이다.

초보자는 볼 무게의 선택이 중요한데, 보통 자기 몸무게의 10분의1 정도가 적당하다. 숙련된 볼러일수록 높은 파운드의 볼을 선호하게 되는데 파괴력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초보자가 너무 무거운 볼을 사용하면 볼의 무게로 인해 몸의 균형을 잃을 수 있다.

요즘 대개 볼링장에는 자동점수기록 장치가 있지만 점수 기록법 정도는 배워야 한다. 볼링의 한 게임은 10프레임으로 구성되고, 한 프레임은 두 번의 투구 기회가 주어진다. 첫 투구로 모든 핀을 넘어뜨리면 두 번째 투구는 하지 않아도 되며, 다음 프레임을 투구한다.

엄주엽기자 ejyeo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