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오후 인천 남구 주안2동 소재 인천볼링장. 옅은 보라색 상의 유니폼을 갖춰 입은 장년의 남녀들이 볼링에 여념이 없다. 스트라이크가 터지면 너나 할 것 없이 환호를 지르며 축하해 준다. 바로 국민생활체육 전국연합회 산하 한국실버볼링연합회(회장 제창열·59) 회원들이 정기전을 벌이는 날이다.

실버연합회는 남녀 구분 없이 50세 이상이면 회원자격이 주어지고 초보자도 환영한다. 제 회장은 “회원 중에는 70대도 많다”며 “전국 16개 시·도에 회원수가 7000명이나 된다”고 자랑한다. 인천 회원 중 최고령은 실버연합회 고문을 맡고 있는 나계완(79)씨. 30년 경력에 지금도 매주 볼링을 할 만큼 정정하다.

10년 경력의 여성회원 이원자(67)씨는 “머리가 하얀 노인이 빨간 유니폼을 입고 볼링하는 모습을 보면 나이를 넘어 아름답다”면서 “볼링은 나이에 구애 받지 않는 운동”이라고 말한다. 이날 이씨와 함께 나온 강정인(65), 최규영(55)씨 등 여성회원들은 아마추어 인천 대표를 거친 베테랑들. 강씨는 “볼링을 한다면 그건 건강하다는 것”이라며 “칠순 되는 분들도 파운드를 낮추어서 치면 지장이 없다”고 말했다.

두개 층에 걸쳐 16레인이 설치된 인천볼링장은 문을 연 지 15년 정도 됐다. 제 회장은 “1992~1993년 쯤이 볼링인구가 피크였다”면서 “당시엔 볼링장에 가면 2~3시간 기다리기도 했고 마치 전국민이 볼링장에 다닌다는 느낌이 들 만큼 서민의 운동으로 자리잡았었다”고 회고한다.

제 회장은 “볼링은 골프처럼 멀리 가지 않아도 되고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쉽게 즐길 수 있는 운동”이라고 볼링 예찬론을 편다.

회원들은 볼링의 장점으로 가족간에 대화를 나누기 좋고, 노인들의 사교장으로도 이만한 장소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제 회장은 “만보기를 차고 5게임 정도 하면 6000~7000보, 6~7게임 하면 1만보를 걷게 된다”면서 “노인들의 스트레스 해소와 건강유지에 볼링처럼 좋고 경제적 부담이 적은 운동이 없다”고 말했다.

인천 = 엄주엽기자 ejyeo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