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현대자동차에 차 제조기술을 제공했던 일본 미쓰비시자동차가 이제는 현대차그룹 계열사에서 만든 변속기를 대량 구매하는 방안을 검토중이어서 주목된다. 미쓰비시가 현대차측 변속기를 구매할 경우 일본 자동차업체가 한국산 변속기를 쓰는 첫 사례가 된다.

19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미쓰비시는 구매담당 중역을 최근 현대차그룹 계열 변속기 전문업체인 현대파워텍에 보내 그랜저TG에 장착되는 전륜 6단 자동변속기의 성능과 공급가격 등을 파악해 갔다. 미쓰비시가 현대파워텍의 6단 변속기를 쓰기로 확정할 경우 미쓰비시의 주력모델 중 하나인 갤랑 2.0과 2.4 신모델에 탑재될 것으로 보인다.

미쓰비시는 엔고(高) 부담이 갈수록 커지자 가격 경쟁력과 품질이 우수한 현대차의 변속기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미쓰비시는 닛산 계열 변속기 전문 생산업체인 자트코로부터 자동변속기를 공급받고 있으나 자트코가 공급난을 겪자 한국쪽을 찾은 것이다.

미쓰비시는 지난 1992년 현대차와 대형 승용차 뉴그랜저를 공동으로 개발했을 당시 못마땅하다는 듯 공동 발표를 꺼리기도 했다. 또한 일본 타 자동차업체로부터 ‘호랑이(현대차)’를 키웠다는 인식 때문에 부담스러워하기도 했다는 것. 미쓰비시는 과거 현대차와의 관계 등을 의식한 듯 선뜻 구매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있지만 다른 대안이 없을 경우 올 연말쯤 공급을 공식적으로 요청하게 될 것으로 업계는 관측하고 있다. 일본의 다른 완성차업체들도 한국산 부품 구입을 위해 구매상담을 벌이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는 미쓰비시 외에도 종종 유럽 등의 프리미엄 브랜드로부터 소형차 엔진과 관련된 기술 제휴 요청을 받은 바 있지만, 해외시장 개척 등으로 현대차 자체 공급도 달리기 때문에 거절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한편 현대차는 일본 차 업체가 관심을 보인 6단 자동변속기보다 우수한 8단 자동변속기 개발을 완료했고, 내년초 출시될 대형차에 장착할 예정이다.

예진수기자 jiny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