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친서민 중도실용기조의 핵심가치로 공정사회를 내건 뒤 2일 새벽 첫 서민현장 행보의 시동을 걸었다. 시장을 찾아 추석을 앞두고 급등한 생활물가를 점검하고 정부의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이날 현장에서 주재한 회의의 명칭도 민생경제를 더 챙기겠다는 의지를 담아 ‘비상(非常)경제대책회의’에서 ‘국민경제대책회의’로 이름을 고쳤다.

1년8개월간 운영해온 회의의 공식명칭이 바뀐 뒤 첫 회의다. 그동안 정부가 비상체제를 가동하며 글로벌 경제위기 탈출에 주력해왔다면, 이제 경제회복 속도가 붙기 시작한 시점에서 신성장동력 발굴과 공정한 분배 등 ‘위기 이후’ 선진국으로의 도약과 비상(飛上)을 위한 대책에 주력하겠다는 뜻이다. ‘출구전략’ 개시의 공식화 의미도 있다.

다만, 세계경기의 불확실성을 감안해 한국판 워룸(War Room)으로 불리는 청와대 내 비상경제상황실은 계속 운영할 방침이다. 이후 회의 의제는 경제성과 공유를 위한 서민정책, 일자리 창출 대책에 보다 초점이 맞춰진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비상경제대책회의는 2008년 가을 미국의 금융위기 사태가 전세계로 확산되면서 긴급비상 상황이라는 인식 아래 2009년 1월 가동됐고 지난 8월19일 제69차 회의로 막을 내리게 됐다.

이 대통령은 오전 5시20분 참모들과 소형버스를 타고 청와대 본관을 출발해 오전 6시 경기 구리시 농수산물도매시장을 찾았다. 이 대통령은 채소·과일가게를 찾아 작황과 가격동향을 점검했다. “경제 좀 살려달라”는 상인·고객의 잇단 하소연에 이 대통령은 “열심히 하라. 어려움을 덜 수 있도록 정부에서도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격려했다. 해장국 집에서 상인들과 간담회 겸 식사를 하고 시장건물 3층 회의실에서 제70차 국민경제대책회의를 주재했다.

이 대통령은 회의에서 “추석을 앞두고 과일값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며 “특히 제7호 태풍 곤파스가 농산물에 가장 큰 피해를 줄 것 같아 매우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장관·수석들에게 “현장을 둘러봐서 알겠지만 물건사러 오신 분들이 오이, 호박가게에서 엄두가 안 나 빈손으로 우두커니 서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며 “각 부처 장관 및 관련 공직자들이 무엇보다 현장을 아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탁상에 앉아서 보고만 받고는 절대 될 수가 없다”며 “조그마한 대책 하나를 수립하더라도 반드시 현장을 여러 차례 직접 확인하는 절차를 밟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상협·박영출기자 jupite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