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적인 관심사로 떠오른 여성산악인 오은선(44·블랙야크)의 ‘히말라야 8000m급 14봉 완등’ 중 칸첸중가(8586m) 등정의혹에 대해 국내 산악계가 해결에 나선다. 국내 대표 산악단체인 대한산악연맹(회장 이인정)은 조만간 칸첸중가를 등반했던 국내 산악인 7명과 오은선이 ‘서밋미팅(summit meeting)’을 하고 ‘합리적으로, 최대한 진실에 가깝게’ 등정 여부를 확인한 뒤 최종 결론을 내기로 했다.

연맹의 이의재 사무국장은 25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산악계가 서밋미팅에 뜻을 모았다”며 “오 대장도 24일 연락에서 원칙적으로 ‘서밋미팅’의 해결방법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이 국장은 “정상을 등정한 등반가들은 그 현장과 과정을 상세히 알기 때문에 오은선과 최대한 진실에 접근할 수 있다”며 “여기에서 나온 결론을 따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 산악인 중 칸첸중가를 등정한 산악인은 엄홍길·김재수·박영석·한왕용(이상 연맹이사), 김웅식(충북연맹 이사), 지난 4월29일 칸첸중가를 등반한 부산원정대의 김창호·서성호씨 등 7인이다. 이 국장은 “오은선씨와 의혹을 제기하는 측의 의견이 너무 극명하게 달라 연맹에서 조사위원회 구성도 논의했지만 ‘도 아니면 모’의 결론이 나올 수밖에 없고, 이는 오 대장에게는 산악인으로서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라며 ‘극과 극’을 피하려는 ‘서밋미팅’이 나오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대해 오은선은 “현재 국내의 ‘마녀사냥식’ 분위기에서 서밋미팅이 정해진 결론을 몰고 갈 수 있다”는 우려를 보였지만 “나도 자료를 보충할 시간을 좀 달라”며 받아들일 뜻을 밝혔다고 연맹측은 전했다.

‘8000m급 14봉 완등’에 나섰던 오은선은 지난해 5월6일 칸첸중가를 등정했다고 밝혔지만 곧이어 5월18일 등정에 성공한 국내 산악인 김재수(50)에 의해 완등의혹이 제기됐고, 오 대장과 경쟁을 벌이던 스페인 여성산악인 에두르네 파사반(36)도 줄곧 의혹을 제기했다. 이로 인해 등정기록의 권위자인 엘리자베스 홀리(87)는 오은선의 칸첸중가 등정을 ‘논란중’으로 인증을 보류했다. 지난 21일 SBS의 ‘그것이 알고싶다’가 ‘오은선 칸첸중가 등정의 진실’편을 방송하며 새로운 의문점들이 제기됐고, 이에 따라 국내에선 오은선에 대한 비난이 봇물을 이루는 등 한국산악계 전체의 명예가 실추되고 국제적인 망신을 당할 상황이다.

엄주엽기자 ejyeo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