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23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체벌 없는 학교 만들기’ 초등학교 교장단 회의에서 곽노현 교육감과 교장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심만수기자

학교에서 직접 학생들을 지도하는 교장 64명 중에서 절반에 가까운 29명(45.3%)이 “종래의 체벌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돼 일선 학교 현장과 체벌 전면 금지를 내세운 ‘곽노현 구상’간 인식의 격차가 얼마나 큰지를 단적으로 드러냈다.

특히 이 같은 직접체벌과 함께 ‘간접체벌 허용’ 주장까지 포함하면 무려 48명(75%)이나 되는 교장들이 ‘체벌은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분석돼 체벌 전면 금지를 앞세운 곽노현식 서울교육 구상은 출발부터 어려움에 봉착할 가능성이 높다.

문화일보가 지난 23일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주최한 ‘체벌없는 학교 만들기 교장단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시교육청에 모인 서울지역 초등학교 교장 64명을 상대로 실시한 긴급 설문조사 결과 이같은 인식의 괴리가 확인됐다.

설문에 응한 교장들 중 체벌 완전금지에 찬성하는 숫자는 16명(25.0%)에 머물렀다. 또 교장들은 교육과학기술부가 제시한 대체벌 말고도 필요에 따라 체벌을 대신할 다양한 형태의 대체벌 또는 징계수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는 서울시교육청, 경기도교육청 등 이른바 5명의 ‘진보 교육감’들이 추진중인 체벌 전면금지 정책과는 상당한 간격이 존재하고 있음이 현장에서 확인된 것이어서 주목된다.

이와 관련, 안양옥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 회장은 “체벌금지는 1998년 김영삼 정부 때 학생인권을 존중한 교육민주화 운동으로 이미 사회적 합의안을 마련했었다”며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훈육·훈계로 지도하라는 지금의 방침이 그때 확립된 것”이라고 말했다.

안 회장은 “체벌을 최후의 수단으로 남겨두고 학생들을 지도하는 쪽으로 학교현장은 계속 발전해왔다”며 “불미스러운 ‘오장풍’ 사건 같은 경우 폭력교사 퇴출로 풀어야하는데, 이를 체벌금지로 해결하려는 것은 교육을 포기시킴으로써 무기력한 교사를 양산시킬 뿐”이라고 비판했다.

23일 설명회에 참석한 한 교장은 “서울시교육청이 일선 교사들의 학생 생활지도 경험을 외면한 채 이상에 치우친 공허한 요구를 하고 있다”며 “물론 감정이 실린 과도한 폭력은 추방돼야 하지만 일부의 나쁜 사례를 침소봉대해 ‘사랑의 매’마저 포기하게 하는 것은 뭘 몰라도 한참 모르는 행위”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교과부의 용역을 수행했던 한국교육개발원은 지난 18일 체벌금지와 학생인권 존중을 초중등교육법 등 법령에 명시하도록 하는 내용의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노성열기자 nos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