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학 지식경제부 2차관은 6일 정오 서울의 한 호텔로 전국 경제자유구역청장들을 불러 오찬 간담회를 열 예정이었다. 지경부는 경제자유구역 지정·운영·해제 등을 총괄하는 주무부처다.

5일 문화일보의 ‘경제자유구역 35개 지구 해제 검토’ 보도가 나가자 사회 각계의 항의와 비난이 빗발쳤다. 수익사업을 잃어버리게 될 판에 몰린 지방자치단체는 법적 대응까지 운운하며 성토했다. 부동산값 하락을 우려하는 시민들은 울분을 토로했다.

6일 아침 “차관-청장 간담회가 예정대로 진행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지경부는 “일정에 변함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오전 간부회의가 끝났을 법한 시간에 한 관계자가 전화를 걸어왔다. 그는 “오해의 소지가 있어 간담회는 취소됐다”고 통보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정 해제건을 논의하는 것으로) 확대해석될 수 있어 무기한 연기됐다”고 짧게 답했다.

사실 이 간담회는 미리 잡혀 있었다. 지경부는 청장들을 1년에 한두 번씩 만나 경제자유구역 활성화 방안 등을 논의해 왔다. 앞서 김영학 2차관은 5일 오후 통화에서 “청장들로부터 애로사항과 건의사항을 들어볼 요량”이라며 “(현안으로 불거진) 지정해제 문제에 대해서도 입장을 듣겠다”고 했었다.

지경부는 국무총리실, 감사원 등의 ‘과다지정, 요건 불충족, 취지 부적합 지구가 많다’는 잇따른 지적에 따라 ‘수술 칼’을 빼들었다. 반발을 예상 못했던 바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속빈 강정 같은 지구를 더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인식이 더 절실했을 터다. 따라서 “민감한 시기에 청장들과의 간담회를 열어 ‘오비이락(烏飛梨落)’의 오해를 사고 싶지 않다”는 식의 나약한 물러섬은 옳지 않다. “시간이 많지 않다“는 지경부 인식대로, 경제적 이득과 정치적 계산이 난마처럼 얽힌 경제자유구역 해제 문제를 풀려면 지자체를 적극적으로 만나 대화해야 한다. 이와 함께 시민을 설득하고, 해제 사유와 과정을 널리 알리려는 단호하고 공격적인 노력이 가장 필요할 때다.

박수균 경제산업부 기자 freewil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