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논란이 금융권과 공공기관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 대선 당시 이명박 캠프의 외곽조직이던 선진국민연대가 KB금융지주 회장 선임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선진연대 대변인 출신인 정인철 청와대 기획관리비서관이 국책은행장 및 공공기관 최고경영자(CEO)들과 정례회동을 가져온 것으로 확인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정 비서관은 지난해부터 매달 한차례씩 서울 시내 모 호텔 등에서 국책은행장 및 공공기관 CEO들과 모임을 가져왔다. 이 모임에는 공공기관 CEO를 비롯해 공공기관에서 민영화한 기관의 CEO, 국책은행장, 공적자금이 투입된 은행의 은행장 등이 주로 참석하고 있다. 이 모임은 경제 현안을 논의한다는 명분으로 정 비서관이 주도해 만들어졌다.

모임에 참석해 온 한 인사는 “지난해 정 비서관측에서 경제 현안과 사회 돌아가는 얘기를 들어보고 싶다고 연락해 와 참석하게 됐다”며 “우리 입장에서는 정부 관계자가 만나자고 하면 만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모 국책은행장은 “모임에 참석하고 있던 모 인사가 요청해 나갔던 것”이라며 “우리로서는 영업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판단해 참석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 비서관이 청와대 내부업무를 조정하는 일을 맡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공공기관 CEO를 불러 모임을 만든다는 것 자체가 직권 남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 경제 현안을 논의하기 위한 모임이라고는 하지만, 선진국민연대 인사들의 민원이 이뤄지는 자리라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일례로 정 비서관은 선진국민연대 사무총장 출신인 유선기 선진국민정책연구원(선진국민연대 후신) 이사장과 이 모임에 참석한 CEO들을 연결해 줬다.

선진국민연대는 지난해말 치러진 KB금융지주 회장 선임 과정에서도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회장 후보로 출마한 A씨와 친분이 두텁던 유 이사장은 자신의 소개로 KB금융지주 사외이사로 영입된 선진국민연대 출신 조모 이사와 함께 또 다른 유력 후보였던 B씨를 만나 “A씨가 유력하니 그만두라”며 사퇴 압력을 넣었다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이후 B씨는 중도 사퇴했다.

박수진기자 sujininv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