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8일 박영준 국무총리실 국무차장과 이영호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 정인철 기획관리비서관, 유선기 선진국민정책연구원 이사장 등을 지목, 이들이 서울 강남의 M호텔에서 정기적으로 모여 정부 및 공기업 인사에 관여했다고 주장해 파문이 일고 있다. 거명된 당사자들은 물론 지난 2007년 대통령선거 당시 이들이 몸담았던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 외곽지원단체 선진국민연대 출신 인사들은 “100% 사실무근”이라고 강력 반발했다.

전병헌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전 당 고위정책회의에서 “박영준, 이영호, 정인철, 유선기 등 이른바 ‘영포(영일·포항)라인’과 선진국민연대 핵심 인물들이 M호텔에서 정기적으로 모여 공기업은 물론, 정부 내 인사 문제까지 논의해 온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 의장은 “이는 한 마디로 사조직에 의한 국정농단이자 월권 행위, 권력 사유화, 권력형 국기문란”이라며 “‘M호텔 모임’의 실체를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전 의장은 회의에 앞서 한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도 “‘M호텔 모임’은 영포라인과 선진국민연대 핵심의 연대회의체, 결합체 성격이었던 것 같다”며 “이들이 1주일에 한 번 정도씩은 만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선진국민연대 출신들이 공직은 물론, 공기업 등에 많이 가 있는데 이들의 자리 배치가 대체로 이 모임에서 이뤄진 것으로 본다”며 “‘M호텔 모임’이 선진국민연대의 취업 알선소 기능을 수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박영준 차장 등 4명에 더해 K씨와 J씨 등을 추가로 거명하며 “이들이 모여 선진국민연대 출신들의 자리 배치를 기획하면 청와대 등에 포진해 있는 인맥들이 이를 집행하는 프로세스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 사찰 사건과 별개로 선진국민연대 출신 인사들의 국정농단도 심각했던 것으로 보고, 그 실체를 규명하는 데 당력을 집중할 방침을 갖고 있다.

이에 대해 실명이 거론된 당사자들과 선진국민연대 출신 인사들은 펄쩍 뛰고 있어, 향후 치열한 진실공방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박영준 국무차장은 이날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M호텔에서 5인 모임이 있다는 얘기를 오늘 처음 들었다”면서 “100% 창작인 것같다”고 일축했다. 선진국민연대 공동네트워크팀장을 맡았던 김대식 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도 “완전히 소설”이라고 부인했다.

오남석·김병채기자 greente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