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로널드 로서(오른쪽)와 데이비드 밀스(왼쪽).

미국 수도 워싱턴 펜타곤(국방부)에서 24일 열린 미 정부의 공식 6·25전쟁 기념식에는 두 명의 ‘6·25전쟁 영웅’이 초대됐다. 오하이오와 애리조나에서 각각 올라온 두 명의 6·25전쟁 참전용사는 이날 연단에 올라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았다. 특히 6·25전쟁 참전용사들이 고령으로 하나둘 사라져가는 만큼 이들의 등장은 60주년 행사에 각별한 의미를 더해주었다.

6·25전쟁 때 상등병으로 참전한 로널드 로서(81). 그는 1952년 1월에 파견돼 죽을 고비를 여러번 넘긴 뒤 13명의 적군을 사살했다. 이 때문에 그는 미 참전용사들의 최고훈장인 명예훈장(Medal of Honor)을 받았다. 그는 전쟁 당시 카빈총 한자루와 수류탄 한개만을 들고 전장에 뛰어들었다.

그에게 주어진 임무는 고지를 점령하고 있는 적진을 향해 돌진하는 전초부대. 그는 첫번째 벙커에서 소총으로 적군 1명을 사살했고, 곧이어 언덕으로 뛰어오르며 2명을 더 죽였다. 참호에 몸을 숨긴 그는 전진하면서 다시 5명을 죽였고, 적군 벙커에 수류탄을 던져 2명을 추가로 죽였다. 탄약이 고갈된 그는 적진에서 탄약과 수류탄을 획득해 다시 고지를 향해 뛰어올랐다. 동료들에게 자신을 따르라고 요청한 그는 적군 벙커에서 2명을 추가로 사살했다. 당시 그를 따르던 동료들은 모두 전사 아니면 부상병이었다. 그는 적으로부터 획득한 수류탄을 던지며 세번째 고지를 향해 돌진했다. 그는 영웅적인 행동으로 적어도 13명의 적군을 죽였고, 결국 탄약이 다시 고갈되면서 퇴각명령을 받았다. 그는 자신도 부상을 당했지만 적군의 화력이 빗발치는 곳에서도 동료의 우선 퇴각을 도왔다. 그의 전설적인 전쟁담은 나중에 모든 사람에게 회자돼 최고의 훈장을 받게 됐다.

그는 이날 행사장에서 문화일보 기자와 만나 “한국을 10번 이상 방문했다”면서 “한국이 이처럼 발전한 게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정부와 미국정부가 잊지 않고 6·25전쟁을 기념한 것은 잘한 일”이라며 “아직도 전쟁에 참여했지만 잊어진 군인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휠체어에 의지해 행사장에 참석했다. 미 국방부 관계자는 “현존하는 최고의 영웅적인 참전용사로 미국에서는 유명하다”고 전했다.

또 다른 6·25전쟁 참전용사는 데이비드 밀스(74). 로서만큼 화려하지는 않지만 불과 17세의 나이로 6·25전쟁에 참여한 전쟁 영웅이다. 이등병이었던 그는 휴전 직전인 1953년 4월 철의 삼각지대로 불리는 지역에 투입됐다. M1소총 하나만을 가지고 참호 속에 있던 그는 현장을 사수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적군의 포탄이 참호 주변을 날아오는 동안 모든 화력을 동원해 그곳을 지켰다. 마침내 화력이 바닥나고 적군에게 포위되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그는 머리에 2번, 다리에 6번, 팔에 1번 등 9군데 부상을 입었다. 88명의 부대원 중 72명이 사상자였다. 중공군 포로수용소에 넘겨진 그는 부상 치료 없이 휴전 때까지 4개월을 보냈고, 1953년 8월 미국으로 송환됐다.

그는 부상당한 군인에게 주는 퍼플하트훈장 등 여러 개의 훈장을 받았다. 그와 동료들의 활약상을 담은 ‘해리전초기지를 사수하라(Hold at All Costs-The Battle of Outpost Harry)’는 다큐멘터리 영화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그는 “오로지 신의 은총으로 살아 있을 뿐”이라며 “올해의 6·25전쟁 기념행사가 놀라운 수준”이라고 말했다.

워싱턴 = 천영식특파원 kkach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