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초선의원 토론회에서 쇄신파 정태근 의원은 “인터넷에서 ‘맞는 말도 싸가지없이 한다’는 뜻의 ‘유시민스럽다’는 말이 떠돌았는데, 이젠 ‘한나라당 초선(의원)스럽다’는 말이 생길 것 같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너무 싸가지를 중시해서 토론도 적당히 하고,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넘어가는 것이 ‘한나라당 초선스럽다’의 의미”라고 자조적으로 설명했다.

한나라당이 ‘6·2지방선거’에서 완패한 이후, 초·재선 의원들이 당 쇄신을 위해 긴박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이들의 결론이 정 의원의 지적대로 ‘한나라당 초선스럽게’ 끝날 가능성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재선의원들도 이날 긴급모임을 가진 데 이어 10일 낮 12시 재차 회동에 나서지만 의원간 입장이 크게 엇갈려 전체 공통의 목소리를 도출해내는데 실패할 것으로 전망된다. 초·재선 의원들의 당 쇄신 움직임이 방향성을 잃고 있는 이유에 대해 다수 의원들은 계파 극복의 원천적 한계성과 일부 의원들의 노골적인 정치적 목적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 재선 의원은 “초선이나 재선 의원 전체가 당내 계파에서 나온 하나의 파이프라인으로 흡입된 사람들”이라면서 “한나라당 의원들은 태생적으로 계파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전했다.

초선의원 토론회에서도 한계성이 극명히 드러났다. 일부 소장파 혁신 세력들이 강력한 당·정·청 쇄신을 주장하며 계파 극복을 역설한 반면, 비례대표 및 상당수 친이 직계 초선 의원들은 청와대와 계파를 엄호하는데 분주했다. 결국 토론회는 쇄신파들이 사전에 준비했던 결의안도 채택하지 못한 채 막을 내렸다. 한편 전체적 총의를 모으는데 실패한 쇄신파 초선 의원들은 10일 뜻을 같이하는 의원들만이라도 모아 청와대 쇄신, 세대교체 등을 골자로한 결의안를 채택할 예정이다.

김만용·조민진기자 my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