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천안함 침몰사건과 관련, 중국을 우군으로 끌어오기 위한 전략에는 배려와 압박이 동시에 포함돼 있다.

심각한 정치적 고민에 빠져 있는 중국이 모호성을 견지하는 데 대해 이 대통령도 시간적 여유를 갖고 ‘기다림의 전략’을 구사하는 형국이다. 중국을 매몰차게 몰아치지 않으면서도 정부가 원하는 효과를 달성하는 정치·외교적 해법으로서다.

북한의 사과를 끌어내고, 잘못된 행동에 대해 단호한 대북제재 조치를 취함으로써 천안함 사건을 핵포기의 계기로 만들겠다는 게 정부의 목표치다.

이 대통령이 6월중 예정돼 있는 국제 외교무대에서 여론작업에 주도적으로 나서는 것도, 대국으로서의 책임있는 중국역할을 끌어내기 위해 한·중간 물밑교감을 강화하는 것도 이를 위해서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1일 “중국은 천안함 침몰 원인의 사실관계에 대한 고민은 실제로 끝났고, 지금은 대응 방향에서 정치적 고민을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관계자는 “여러 이유에서 중국의 태도변화는 서서히 나타날 수밖에 없다”며 향후 대북제재 동참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가고 있다.

중국은 사실 베트남, 캄보디아 등 북한에 우호적인 국가들마저 비난 대열에 동참하는 등 국제여론의 압박, 대북결의안 채택의 불가피성 공감대 확산을 심각히 고민중인 모습이다. 더구나 중국은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난달 후진타오(胡錦濤)국가주석과 만나 이번 사건을 부인한 데 대한 충격도 큰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청와대는 원자바오(溫家寶)총리가 현재 일본, 몽골, 미얀마 순방을 마치고 3일 귀국한 뒤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 등 지도부와 의논한 뒤에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원 총리가 이 대통령에게 말했던 국제조사단 발표내용의 검증 작업도 이에 포함된다. 중국이 추가적으로 검증단을 파견하는 데는 확답을 주지 않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 외교라인 핵심참모는 “중국이 여전히 수락여부를 고민중”이라고 전했다. 이 참모는 그러나 “자료는 중국에 이미 다줬고 중국이 자료를 거부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전혀 다르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설령 중국이 사실상 북한 소행이라는 잠정결론을 내렸다고 보기 때문에 추가 검증단 파견을 결정하지 않더라도 유엔 등 국제사회에서 기대하는 역할은 충분히 수행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중국은 현재 대응차원에서 곤혹스러워하면서 모호한 입장을 보이는 게 사실이지만, 밖에서 보는 만큼 부정적인 수준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유엔 안보리 논의가 예정돼 있는 6월은 천안함 사건 향배의 중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김상협·박영출기자 jupite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