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여기는 딴 세상 ? 31일 오후 중국 베이징의 한인촌이라 불리는 왕징의 북한 직영 식당에서 한국인들이 북한 출신 종업원들의 공연을 즐기고 있다. 베이징=한강우특파원

천안함 침몰 사건의 주범이 북한으로 밝혀지면서 국내는 물론 국제사회의 비난이 고조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부를 둘러싼 외교전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중국내 북한 식당에는 여전히 한국인들로 흥청거리고 있다.

국제사회가 한목소리로 “북한의 호전성과 도발행위에 눈 감아서는 안 된다”며 강력한 대응을 촉구하고 있음에도 북한으로 고스란히 흘러가는 돈을 북한이 운영하는 식당에 지불하고 흥청망청하는 한국인들의 행태에 대한 비판여론이 들끓고 있다.

31일 오후 9시30분 중국 베이징(北京)의 한인촌 왕징(望京)에 자리한 북한식당 대성산관. 홀 중앙 12개 테이블 가운데 2자리만 빼고 모두 베이징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이 차지해 시끌벅적한 북한 가요 소리를 안주 삼아 맥주잔을 부딪치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손님들은 대부분 왕징에 거주하는 교민들과 회사 주재원, 한국에서 온 관광객들이었다. 취재에 동행한 한 조선족 경제학자는 “지금이 어느 땐데…. 한국인들이 북한 식당에서 소비하는 이 돈이 굶주리는 어린이들이나 주민들을 위해 사용된다면야 이해가 되지만…”이라고 개탄하면서 “한국인들의 정신 상태는 조선족보다 못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중국내 한국인들이 북한을 ‘지원’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인들이 ‘우리가 북한의 강한 제재에 동참할 이유가 어디에 있겠는가’라고 되물어 온다면 한국인들은 어떤 대답을 내놓을까”라며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한국인들을 질타했다.

이보다 1시간 전인 오후 8시30분, 대성산관에서 불과 2㎞도 되지 않는 옥류관에서도 건배 소리가 요란했다. 식당 1층의 원탁 4곳과 6인용 좌석 5곳에는 불콰하게 취한 한국인들로 북적거렸다. 이날 식당 안에는 중국인 일행 한 테이블을 제외하고는 모두 한국인이었다. “오빠 여기가 베이징이야?”라는 소리가 들리는 테이블의 4명은 한국에서 막 도착해 북한 식당부터 찾은 관광객이었다.

천안함 침몰 사건 조사결과가 발표되고 북한의 소행으로 밝혀진 지난 5월20일은 물론 이명박 대통령의 5·24 대북제재조치가 발표된 24일에도 베이징의 옥류관, 평양관, 해당화를 비롯, 베이징에서 영업중인 12곳의 북한 식당에는 예약된 한국 관광객들로 북적거렸다.

이들 식당은 북한이 직영하거나 조선족 등에게 상표권을 빌려주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종업원들은 모두 북한 출신으로 예술대를 졸업한 여성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의 북한문제 전문가는 “5·24 대북제재조치 발표 이틀 뒤에는 옥류관 앞마당에 관광버스 5, 6대가 들어서면서 한국 관광객들이 식당 종업원들의 기타반주에 맞춰 춤까지 추는 추태가 목격됐다”며 “베이징 북한 식당에는 1인당 30~50달러에도 한국 관광객들이 넘치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 = 글·사진 한강우특파원 hanga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