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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법사 / 샐리 하비 리긴스 지음, 신소연·김민구 옮김 / 민음사

“왕성 동북쪽 산의 구석진 곳에 돌로 만든 불입상(佛立像)이 있다. 높이는 140~150척가량이며 찬란히 빛나는 금빛이고, 온갖 보배로 장식되어 눈부시다. 동쪽에 가람이 있는데, 이 나라의 선왕(先王)이 세웠다. 가람의 동쪽에는 유석(鍮石·황동)으로 만들어진 석가모니 불입상이 있는데 높이가 100여척이다. 몸을 나누어 따로 주조한 뒤 이를 모두 하나로 합하여 완성한 것이다.”

7세기 실크로드를 따라 중국에서 인도로 구법(求法) 여행을 떠났던 현장법사(602~664)가 힌두쿠시 산맥과 코흐이바바 산맥 사이에 위치한 아프가니스탄의 오아시스 도시 바미얀 석불을 보고 남긴 기록이다. 현장은 지난 2001년 3월 탈레반 군대가 폭파시킨 바미얀 불상에 대해 가장 먼저 기록을 남긴 사람이다.

책은 소설 ‘서유기’ 속 삼장법사의 모델이자 동아시아 불교를 꽃피운 최초의 구법승이었던 현장의 5만리(약 1만6000㎞) 여행길을 따라가며 그의 삶과 깨달음, 업적 등을 일반 독자들이 알기 쉽게 설명한 전기다. 서양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현장의 발자취를 따라 중국과 파키스탄, 인도 등지를 여행했던 저자는 책에서 그를 ‘서유기’ 속 이미지에서 벗어나 용감한 모험가이자 불경 번역가, 외교가, 법상종의 창시자로 부각시킨다. 무엇보다 불교와 불교미술에 익숙하지 않은 영미권 독자들을 대상으로 현장의 모험담을 대중적으로 풀어낸 것이 이 책의 미덕이다.

원래 문인 가문에서 태어나 유교 경전을 공부했던 현장은 13세에 불가에 귀의했다. 뤄양(洛陽)과 창안(長安) 등지에서 외국어를 공부하고 여러 불교 종파의 가르침을 터득하며 15년을 보낸 현장이 인도 여행을 결심한 것은 산스크리트어 경전을 한문으로 옮긴 번역본들의 내용이 상충되고 왜곡되거나 불충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629년 27세의 나이에 오로지 구법을 위해 나선 5만리 여행길은 시작부터 험난했다. 당시 당나라 황제 태종은 백성들이 위험한 서역으로 나가는 것을 금지했다. 결국 당 제국의 마지막 경계인 옥문관과 사막의 봉화대를 목숨을 걸고 몰래 통과하는 등 천신만고 끝에 고창국에 도착한 현장은 이후 불교도인 고창왕의 후원을 받아 순례를 할 수 있게 됐다.

중앙아시아와 사막 여러 나라의 불교 성지를 여행한 뒤 인도 불교 중심지인 날란다 승원에 도착한 현장은 이곳에서 여러 종파의 경전을 섭렵하면서 깨달음에 이르렀다. 마침내 중국을 떠난 뒤 16년 만인 645년 귀국한 현장은 남은 생애를 자신이 인도에서 가져온 불경 번역 사업에 매달려 ‘반야심경’과 ‘금강경’ 등 모두 1000권이 넘는 경전을 번역했다.

자신의 여행 경험과 ‘대당서역기’ ‘자은전’ 등 현장의 기록 및 전기를 활용해 집필한 책에서 저자는 현장의 목숨을 건 구법행과 그의 불경 번역 덕분에 불교가 오늘날 전 세계에 널리 퍼질 수 있었다고 역설한다.

최영창기자 yccho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