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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내는 등록금으로 유지되는 대학이지만 학생들로부터 무시당하는 기분이 들 땐 착잡해요.”

서울 시내 한 대학에서 환경미화원으로 일하는 박모(여·56)씨는 19일 “앞으로 나라를 이끌어갈 대학생들이 말과 행동을 조심했으면 좋겠다”며 이렇게 말했다. 박씨는 청소하거나 쓰레기를 치울 때 종종 학생들로부터 무시당하는 언행을 들을 때는 살 맛이 없어진다고 털어놨다.

한 여대생이 화장실 세면대에 놓인 우유팩을 치우지 않았다는 이유로 환경미화원에게 욕설을 퍼부은 ‘K대 패륜녀’ 사건이 사회문제화되면서 이른바 ‘예의 없는 대학생들’, 이른바 대학가 패륜남과 패륜녀 이야기들이 쏟아지고 있다.

각 대학 학생 커뮤니티에는 “남의 일이 아니다”며 유사경험담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A대 학생 커뮤니티의 ‘K대에만 패륜아들이 있는 게 아닙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눈길을 끌었다.

이 글을 올린 학생은 “청소하는 아주머니가 해당 단과대에 항의하며 보직이동을 바랄 만큼 분노한 사건이 있었다”면서 “한 학생이 빗자루질을 하고 있는 청소 아주머니의 쓰레받기에 마시던 커피를 던지며 ‘우리가 이렇게 쓰레기를 버려야 이 아주머니가 살 수 있는 거야’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이에 한 대학생은 “쓰레기를 버려주는 게 청소원들의 일자리를 보장해주는 것이라는 사고방식을 가진 학생들이 주변에 있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B대 학생 커뮤니티에도 “저도 비슷한 일을 목격했는데 말리다 경찰서에 갈 뻔한 적이 있다”는 경험담이 올라왔다.

“솔직히 이번 사건은 남의 일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일”이라며 반성의 목소리를 내는 댓글들도 여럿 나왔다.

실제 서울의 한 사립대에서 청소를 하고 있는 최모(여·62)씨는 “부모 나이뻘 되는 50~60대 환경미화원들에게 버릇없게 행동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며 “꾸짖고 싶어도 학생들이 인터넷에 올릴까 무서워 말도 못한다”고 말했다.

주은우(사회학) 중앙대 교수는 “(대학 패륜남 패륜녀 사건은) 윤리와 인성교육이 사라지면서 나오게 된 당연한 결과”라며 “젊은이들이 본받을 수 있는 역할 모델이 없을 만큼 윤리의식을 찾아볼 수 없는 우리 사회 전체의 문제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윤정아기자 jay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