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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의 한·중·일(21~26일) 방문을 계기로 미국 측이 천안함 사건에 대한 대응과정에 주도적으로 나서고 있다. 미 국무부는 클린턴 장관이 한·중·일 3국에서 모두 천안함 사건 논의를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고, 후속 조치들을 협의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 측의 움직임은 한국을 지지한다는 소극적 차원이 아니라 한반도 평화를 해치는 북한의 도발행위에 대한 적극적 대응을 주도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천안함 조사 결과이전까지는 한국이 주도하는 모양새였다면, 사건 조사 결과 발표 후에는 미국이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상황이 되고 있다. 이는 유엔 등 국제사회 차원에서 대북 압박을 벌여야 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필립 크롤리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는 18일 클린턴 장관의 26일 방한 계획을 공식 발표하면서 후속 대응과정에서 역내 국가들과 협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크롤리 차관보는 “(조사 결과) 발표가 있으면, 우리는 한국 및 역내 다른 국가들과 조사 결과와 관련해 후속 조치들(next steps)을 협의할 것”이라며 “(천안함 사건) 조사 자체뿐만 아니라 조사에서 발견된 사실이 지역에 미칠 영향도 클린턴 장관이 한국 측 카운터파트들과 분명히 협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도쿄(東京)와 서울에서 분명히 북한 문제가 논의될 것이며, 중국에서도 논의될 것”이라며 “중국, 일본, 한국과 천안함 조사 결과를 감안해서 논의를 할 것이며, 향후의 길을 공동으로 마련할 것”이라고 분명히 밝혔다.

이 문제를 유엔 안보리에 회부하려는 한국 정부의 입장을 지지하느냐는 질문에도 “한국과 논의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크롤리 차관보는 “우리는 이번 조사 결과들에 명백히 (향후 대응이) 좌우될 것”이라면서 “북한이 국제사회 및 역내 다른 국가들과 다른 관계를 갖길 원한다면 지난 수년간 우리가 봐왔던 도발적 행동들을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사건이 6자회담에 미칠 영향에 대한 질문에 “우리가 북한으로부터 봐 왔던 도발적 행동들은 역내 안보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때때로 6자회담의 진전을 지연시켰다”고 부정적으로 말했다.

한편 해군 소장 출신인 에릭 맥배든 미국 외교정책분석연구소 아·태연구소장은 이날 ‘한·미문제연구소(ICAS)’ 주최로 열린 세미나에서 “천안함 사건을 북한이 일으킨 것으로 드러난다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제재가 필요하다”며 “이를테면 유엔 안보리가 북한의 해군에 대해 ‘합법적인 군대’가 아님을 선언하는 조치를 취하든지, 북한 해군의 외국 항구 기항을 막거나 급유제공을 거부하는 등의 제재를 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 = 천영식특파원 kkach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