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가운데 가장 긴 노동시간을 가졌음에도 노동 생산성이 하위권에 머무는 것은 ‘투자 없는 성장’이 고착화되어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노동자들의 노동 숙련도나 집중도 역시 낮아 기술 개발과 노동 집중도가 높은 선진국을 따라잡지 못한 채 주저앉을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OECD의 ‘2010 경제정책 개혁’보고서를 살펴보면 선진국과 한국 간의 격차가 확연하게 드러난다. 룩셈부르크나 노르웨이, 아일랜드, 네덜란드, 프랑스 등 유럽 선진국들은 한국에 비해 현저하게 짧은 노동시간을 가졌음에도 생산성은 한국에 비해 월등하게 높았다. 제조업 경쟁국인 독일의 경우 노동시간은 OECD 가입국 중 1인당 국내총생산(GDP) 상위 15개국 평균보다 16.0%나 짧지만 노동 생산성은 이들 국가와 거의 비슷했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선진국과 한국간 노동시간과 노동 생산성에서 큰 격차를 보이는 것은 자본 장비율 부족과 낮은 노동집중도가 원인”이라며 “특히 최근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기업들의 설비 투자가 급격하게 줄어들어 향후 노동 생산성이 더 하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자본(노동) 장비율이란 노동자 1명이 자본 설비를 어느 정도 사용하고 있는가를 나타내는 지표로 노동시간 및 노동 생산성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노사 갈등에 따른 손실이나 업무 집중도 하락도 긴 노동시간에 비해 낮은 노동 생산성의 원인으로 꼽힌다. 노동부와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단체 교섭 및 쟁의 행위에 따른 손실, 노조 전임자 급여 및 유급 노조활동 시간 등에 따른 노사관계 직접비용이 연간 2조8544억원에 달한다.

김석·박세영기자 su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