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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몰 18일째에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낸 해군 초계함 천안함 함미의 절단면 형태는 그간의 모든 추정을 순식간에 뒤엎었다. ‘케이크 자른 듯한’, ‘칼로 도려낸 듯한’ 등의 형태였다고 한 관찰이 대부분 ‘장님 코끼리 만지듯한’ 부분적인 진술에 불과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대신 절단면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너덜너덜했고, 민간 인양업체의 대표 말에 따르면 “오지게 맞은 것 같이” 파손됐다. 갑판 위 어뢰발사관과 하푼미사일도 떨어져 나갔다. 절단면을 본 전문가들과 인양업체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외부로부터 강한 충격’으로 폭발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군 소식통은 13일 “절단면은 매끈하게 잘라진 것이 아니라 불규칙적으로 너덜너덜하게 잘라진 상태”라고 말했다. 절단면이 V자 모양으로 톱니바퀴처럼 너덜너덜해진 것은 강력한 수중폭발에 의해 절단면이 ‘케이크 잘리듯 깨끗할’ 것이라는 예상을 빗나간 것으로 원인 규명의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수중폭발 규모가 상대적으로 약했거나 아니면 선체 직접 타격 등 다른 요인에 의한 폭발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인양업체인 88수중개발 대표가 12일 “오지게 맞은 것 같다”고 표현한 것은 함미 외형만 보고도 외부로부터 강한 충격이 있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함미 갑판위에 설치된 하푼미사일과 어뢰발사관, 연돌(연기를 배출하는 일종의 굴뚝)등이 떨어져나간 대신 76㎜ 주포, 40㎜ 부포가 붙어있다는 것은 ‘내부 폭발’로는 도저히 설명하기 힘들다고 설명하고 있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최근 어뢰에 의한 호주 구축함 폭발실험 동영상을 보면 함교뒤 제일 높은 곳에 있는 마스터가 떨어져 나간 것과 유사하게 천안함의 연돌이 떨어져 나간 것은 중어뢰에 의한 수중폭발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호주 구축함 실험과 다른 점은 천안함의 경우 절단부위가 함미쪽에 더 치우쳐 연돌이 떨어져 나갔다는 분석이다.

한 예비역 제독은 “당직사관들이 근무하는 함교와 바로 옆의 전투정보실(CIC)이 온전한 것을 보면 내부 폭발이 아닌 것은 확실한 것 같다”며 “생존자들이 폭발 후 붕 뜬 것 같다는 증언과 선체에 구멍이 나지 않고 절단면이 두 동강 난 것을 볼때 직격 타격보다는 선체 밑 수중폭발에 의한 폭발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했다.

일각에서 함미 추적레이더실의 왼쪽 외부가 움푹 파인 것이 어뢰 공격을 입증하는 것이라는 주장도 편다. 하지만 한 예비역 제독은 “이것만 갖고 어뢰 공격을 입증하긴 힘들다”고 전했다.

윤연 전 해군작전사령관은 “기관실 앞이 갈라졌다면 함미도 부력에 의해 물에 뜰 수 있었지만 불행히도 공간이 가장 큰 기관실이 잘려 이곳에 물이 차면서 함미가 순식간에 가라앉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정충신기자 csju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