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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딜레이니 미국 국방연구소(IDA) 상임고문은 13일 해군 초계함 천안함 침몰사고와 관련, “한·미 양국의 전문가들이 첨단 테크놀로지를 동원해 원인 규명을 하고 있는 만큼 궁극적으로 사건의 원인이 밝혀질 것”이라며 “만약 북한 연루설이 입증되더라도 대북군사보복보다는 유엔 등을 통한 외교적 제재에 나서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1983년 미얀마 아웅산 폭탄테러 당시 미 중앙정보국(CIA) 한국지부장으로 활동했던 딜레이니 상임고문은 이날 고려대 국제대학원 국제안보정책포럼 특강 후 문화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는 아웅산폭탄테러가 발생했을 때 대북 군사보복을 준비했지만 국제적 파장을 고려해 미국과 협의 끝에 중단한 바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 천안함 사고 원인과 관련해 북한연루 가능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데.

“원인규명작업을 통해 북한개입증거가 명확하게 제시되더라도 그것이 북한 최고지도부 소행임을 입증하기 어렵다. 또한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북한에 대한 군사적 보복이 이뤄질 경우 아주 위험한 상황이 초래될 것이다.

한국 정부는 아웅산 테러 때도 대북군사보복을 준비했지만 실행하지 않았다. 한국은 유엔 등 국제사회를 통한 외교적 보복이나 제재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 아웅산테러 사건 때 CIA 한국지부장이었는데, 당시 사건과 천안함 사건을 비교한다면.

“아웅산 테러는 전두환 당시 대통령이 미얀마를 방문하던 중 발생한 테러로 천안함 사고보다 훨씬 비극적 사건이었고, 북한주도의 테러였다는 것도 곧바로 밝혀졌다. 후에 국방장관이 된 정호용 장군 등은 비무장지대(DMZ)등에서 대북 보복을 준비했는 데 이 같은 정황이 알려지자 캐스퍼 와인버거 당시 미 국방장관 등이 나서서 즉각적인 우려를 표명하는 등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갔다. 당시 미국은 ‘한국이 대북 군사적 보복을 할 경우 사태가 더 커지고 한국이 잃는 게 많을 것’이라며 한국 측을 설득했다. 우리는 한국인들의 분노가 뭔지 알고 있었지만 어떤 경우에도 군사적 보복은 막아야 한다는 게 기본 입장이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 북한 연루설이 밝혀지더라도 직접적 대응 대신, 외교적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얘기인가.

“물론이다. 한·미 양국이 공동 조사를 통해 원인을 규명한 뒤 증거를 명확히 내놓은 다음 국제사회에서 어떻게 북한에 외교적 대응을 할 것인가 방법을 찾아야할 것이다.”

― 천안함 사고 후 20일이 되는데 이 국면에서 중국은 왜 침묵한다고 보는가.

“후진타오(胡錦濤) 중국국가주석이 핵안보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워싱턴을 방문했으니 천안함 사고 문제와 관련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일정한 의견교환을 할 것으로 본다. 분명한 것은 미국은 물론 중국도 천안함 사고가 명확히 규명될 때까지 북한과 대화를 하자거나, 6자회담을 재개하자는 식의 얘기는 꺼내지 못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대북그랜드바겐도 천안함 사건 종결 이후로 미뤄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미숙기자 muse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