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어스(google earth)’ 위성 영상 사진 서비스에 의한 군사시설 노출은 우려를 자아낼 만한 수준이다. 지난 2005년 인공위성이나 항공기로 찍은 전세계 주요 도시의 사진을 인터넷으로 제공하는 이 서비스가 시작된 이후 국내에서도 적지 않은 논란이 일었지만 아직까지 군사시설 노출을 막기 위한 개선 작업은 이뤄진 게 없다.

NHN이나 다음 등 국내 인터넷 포털사이트, 콩나물 등 국내 전자지도 프로그램 등에는 기밀 유출을 우려, 군사시설들을 논밭이나 골프장, 야산 등으로 처리하고 있다. 구글 어스에 의한 군사시설 노출이 비단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지만 남북관계의 특성 등을 감안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글 어스에 의한 군사시설 노출이 얼마나 심각한지는 침몰한 해군 초계함 천안함이 소속된 경기 평택시 포승읍 해군2함대 사령부를 담은 구글 어스 위성 사진과 NHN 지도 내용을 비교해 보면 극명하게 알 수 있다. 구글 어스를 통해서는 4㎞, 2㎞ 상공은 물론 404m 상공에서 찍은 위성 사진까지 검색된다. 필요하면 특정 부분을 확대해 볼 수도 있기 때문에 지상에 있는 시설물과 군 장비 등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반면 NHN 지도에는 2함대 사령부 전체가 논과 밭으로 처리돼 있다. 이 지도만 봐선 그곳에 군부대가 있다는 사실을 전혀 알 수가 없다.

2함대 사령부처럼 규모가 크고 언론에 많이 노출돼 있는 부대뿐만이 아니다. 육군 중장이 지휘하는 경기 지역 모 군단 사령부의 위성 사진을 보면 부대 내에 수십대의 군용 차량이 주차돼 있는 모습도 볼 수 있다. 또 강원 고성군이나 철원군 등 비무장지대(DMZ)와 맞닿은 전방부대들의 사단급, 대대급 부대들도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 이들 모두 국내 포털사이트 등에서는 논밭이나 골프장, 야산 등으로 처리돼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여기저기 흩어져 있어 일반인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사단, 대대급 부대의 위치와 시설까지도 노출되고 있는 것은 결국 군 기밀이 노출되는 것”이라며 우려를 표한다. 김정기(군사학) 대전대 교수는 “부대 이름과 위치 등이 인터넷에 노출돼 있다는 것은 안보상 취약성을 드러내지만, 이를 통제할 만한 방법이 마땅치 않은 게 문제”라며 “국가 차원에서 구글 측에 협조를 구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함택영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한국뿐 아니라 북한, 이란 등 폐쇄적인 나라들도 신경 쓰는 문제”라며 “민감한 것은 알아서 감춰야지 뾰족한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구글 코리아 측은 “(지난 2007년 한국 정부의 항의에 대해) 공식적으로 항의에 대한 답변은 없었다”며 “(답변에 대해) 계속 논의 중이며 최대한 현지법을 따르려고 노력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박준희기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