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천안함 실종자 가족들과 생존 장병들이 8일 경기 평택시 포승면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서 서로 끌어안은 채 눈물을 흘리고 있다. 평택 = 사진공동취재단

해군 초계함 천안함 실종자 가족들이 생존 장병들과의 면담을 통해 현재까지 발견되지 않은 실종 장병들이 모두 함미(艦尾) 안에 갇혀 있을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생존 여부는 물론 시신조차 발견하지 못할까 우려해 온 실종자 가족들은 함미 인양 순간만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이정국 ‘천안함 실종자 가족협의회(가족협의회)’ 대표는 9일 오전 경기 평택시 포승면 해군2함대 사령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8일 천안함 생존자들과의 면담을 통해 실종자들 모두가 대략적으로 함미에 있을 것이라는 자체적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가족협의회에 따르면 전날(8일) 오후 실종자 가족 59명은 생존 장병 39명의 면담을 통해 아직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실종 장병 44명의 침몰 직전 위치를 일일이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족협의회 언론담당 최수동씨는 “실종자 가족들에게는 ‘우리 아이가 마지막 순간에 어디에 있었나’가 가장 중요한 일”이라며 “면담을 통해 실종 장병 44명의 위치를 일일이 확인했다”고 전했다.

이정국 대표는 “(실종자 위치 확인이) 실종자 어머니들에게 흡족하다고까지 할 수는 없는 상황이겠지만 그래도 많은 위안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8일 오후 8시쯤부터 약 100분 간 이뤄진 실종자 가족들과 생존 장병들의 만남은 서로가 서로를 위로하는 ‘눈물의 바다’였다. 생존 장병들은 자신들과 함께 하지 못하고 바닷속에 잠겨 있는 전우의 가족들에게 천안함 침몰 당시의 생생한 상황을 전했다. 금속 부딪히는 소리와 물 흐르는 소리에도 예민한 반응을 보일 정도로 아직 심리적 충격이 가시지 않은 생존자들도 있지만, 이들은 실종자 가족들에게 하고 싶었던 말이 너무 많았던 듯했다.

한 생존 장병은 집안 사정으로 참석하지 못한 한 실종자의 가족들을 찾으며 “○○○ 부모님 안오셨어요? 전해드릴 말이 있는데요”라고 먼저 나서기도 했다. 생존자들은 한결같이 “우리만 살아와서 죄송합니다”라며 고개를 떨궜지만, 실종자 가족들은 “다 같이 우리 아들들인데 그런 말 하지 말라”며 눈물로 이들을 위로했다.

실종 장병들의 위치를 대략적이나마 확인한 실종자 가족들은 그나마 답답했던 마음 한구석이 뚫린 듯한 표정이었다.

특히 이날 생존 장병 39명이 실종된 전우와 그 가족들에게 쓴 익명의 편지 모음을 실종자 가족들에게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족협의회 관계자는 “가족들이 머물고 있는 임시숙소에 이들 편지를 게시해놨다”며 “가족들에게 큰 위안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평택 = 박준희기자 vinkey@munhwa.com

이미지 크게보기 천안함 생존 장병이 8일 실종자 가족들에게 전달한 편지글. 자신만 살아돌아온 데 대한 미안한 마음을 담았다. 평택 = 사진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