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귀대 명령을 듣기 전에 / 나의 임무는 끝났다 / 그저 조국의 부름을 받았고 / 명령에 따라 나의 길을 갔을 뿐이다.’

8일 해군이 침몰한 초계함 천안함의 인터넷홈페이지를 개설하자 ‘윤승호’라는 네티즌이 올린 시의 첫 구절이다. ‘수병(水兵)은 묵언(默言)으로 답한다’는 제목의 이 시가 천안함 침몰을 안타까워하는 국민들의 심금을 다시 한 번 울리고 있다.

김덕규(의학) 동아대 교수가 쓴 ‘772함 수병은 귀환하라’는 제목의 시가 실종 장병들의 무사생환을 바라는 온 국민의 입장에서 쓰여진 반면 이 시는 그 귀환명령에 답변이라도 하듯 바닷속 실종 장병들을 시적 화자(話者)로 내세웠다.

시는 묵묵히 자기 자리에서 국토방위에 매진해 온 실종 장병들이 침몰 당시 가졌을 법한 비장한 마음과 회한 등을 담담하게 그리고 있다.

‘최후까지 조국을 지키고 / 조국과 어머니품과 같은 함체를 지키려 꽉 움켜잡고 또 잡았다 / 가라앉는 함체를 잡은 손이 펴지지 않는다 / 내가 잡은 함체는 둘로 갈라지어 이어보려 했지만…’, ‘그래도 나는 마지막까지 / 나의 가족을 지키듯 잡고 또 잡았다 / 나는 조국의 명령을 여기까지 들었고 / 지금도 그 명령에 따르고 있다.’

시 속의 장병들은 이렇게 되뇌인다. ‘서해바다 속에서 / 동해바다 속에서 / 그리고 남해바다 속에서 / 내 땅과 바다를 지키는 수병으로서 영원히 살아가리라’. 그리고 살아남은 전우들에게 묵언으로 답한다. ‘이제 남은 명령은 그대들 몫이오 / 나의 빈자리에 이리 적어 주시오 / 최후까지 아무것도 모르고 군인으로 살았다고.’

이용권기자 freeus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