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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시장에 나온 아이패드를 두고 미국 IT전문가는 ‘게임 체인저’라는 표현을 썼다. 기존 흐름에 토대를 두되 게임 자체를 바꿨다는 뜻이다. 애플이 내놓은 아이팟·아이폰이 그랬던 것처럼 아이패드 역시 PC·넷북·게임기·PMP·전자책 등의 단순 결합을 뛰어넘는 전혀 다른 형태의 기기라는 평가가 나온다. 불만도 있다. 그 중 하나가 지금 모바일 세계의 필수 구성품인 USB 포트를 없애버린 것이다.

애플 제품은 철저하게 소비자 관점에서 만든다. 열광적인 반응의 비결이다. 아이패드에 USB를 못쓰게 하는 불편은 이런 원칙과 어긋나 보인다. 하지만 스티브 잡스의 발상은 역설적이다. “소비자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말라. 그들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다.”

자신이 세운 회사에서 쫓겨났다 복귀한 잡스의 첫 작품은 1997년 11월 내놓은 아이맥이었다. 이 푸른색 컴퓨터에는 놀랍게도 당연시되던 플로피디스크 드라이브와 커넥터가 없었다. 이를 대체한 것이 바로 USB다. USB 대중화를 선도했던 애플이 먼저 USB를 외면하고 있는 건 아이러니다. 애플은 이후에도 노트북을 출시하면서 CD·DVD 드라이브를 걷어냈고, 아이팟이 애초에 갖추고 있던 라디오·녹음 기능을 과감히 빼버렸다.

첨단 제품 경쟁을 벌이는 기업들은 대개 ‘피처 크리프(feature creep)’ 경향을 보인다. 신모델에는 반드시 새로운 기술을 추가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다. 그렇게 반복하다보면 잡다한 기능이 뒤얽혀 지향점을 잃는다. 또 끊임없는 시장 조사를 통해 고객 취향에 맞추려 애쓴다. 그러나 10명 중 7명이 좋아하는 제품은 범작 수준을 넘을 수 없다. 다수결의 딜레마다.

애플 제품의 단순 미학은 고객의 선택권을 빼앗는 데서 시작된다. 대신 극도로 복잡한 기술을 평범한 사람도 이해하도록 만든다. ‘이게 꼭 필요한 기능일까?’를 수없이 반복하며 불필요한 요소들을 깎아내는 고통스러운 과정이다. 애플 제품에는 복잡한 사용설명서가 아예 없다. 설명서가 필요없을 만큼 쉽게 만들었다는 자부심이다.

잡스는 가구가 없는 저택에서 생활한 것으로 유명하다. 수준 이하의 물건은 참을 수 없어서다. 그는 프로그래머들에게 끊임없이 채근한다. “덜어내라! 덜어내고, 또 덜어내라!” 개인의 삶에도 통용될 만한 경구 아닌가.

[[김회평 /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