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1일 경기 포천시 관인면 숯골마을에서 마을주민들이 솔방울과 나뭇가지를 이용해 동물 형상 등을 만드는 솔방울 공예 시범을 보이며 밝게 웃고 있다. 포천=김동훈기자

서울에서 승용차로 2시간을 달려 찾아간 경기지역 최북단 포천시 관인면 숯골마을. 관인이라는 말은 지금으로 치면 공무원이라는 뜻이다. 후삼국 시대 당시 후고구려의 궁예가 폭정을 하자 관리들이 관직을 버리고 성 밖인 이 지역에 살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공무원의 후예(?)’답게 이곳 사람들은 곧고 바른 성품으로 농촌을 지키며 살고 있었다.

지난 1일 숯골마을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현대식 놀이터였다. 도시지역 고급 아파트 촌에나 있을 법한 빨강 노랑 등 총천연색 미끄럼틀과 그네가 있었고 깨끗한 모래도 깔려 있었다. 이뿐만 아니었다. 마을로 들어가자, 이번에는 작은 규모의 찜질방과 풀장도 나타났다. 짧지만 미끄럼틀까지 갖춘 풀장이었다. 숯골마을은 현대적 편의시설을 갖추며 도시에서 오는 농촌체험객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끊임없이 변신하고 있었다. 전통과 현대가 만나는 퓨전마을. 그곳이 숯골마을이었다.

총 226가구 570여명이 사는 숯골마을은 벼농사를 짓고 사는 전형적인 농촌마을이다. 2005년 농촌체험마을로 바뀌면서 연간 3000여명의 사람들이 마을을 찾는다. 지난해는 신종 인플루엔자A(H1N1)의 영향이 있었지만 2500여명의 도시인들이 마을을 방문했다.

이를 통해 마을은 연간 1억원의 부가소득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소득은 거의 체험객들을 위한 편의시설을 만드는 데 재투자된다. 마을 사람들은 머리를 맞대고 매년 새로운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편의시설을 설치하고 있었다. 그렇게 2007년에 찜질방과 눈썰매장을 만들었고, 2008년에 놀이터와 간이 수영장을 지었다.

“산에서 따온 솔방울을 가지고 솔방울 공예를 할 수 있지요. 지난해에 마을 사람들이 모여서 새로운 프로그램을 고민하던 중에 나온 아이디어입니다. 재방문율이 높기 때문에 매년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어요.”

이영주(여·45) 숯골마을 부녀회장은 올해 선보일 새로운 프로그램을 놓고 연일 마을사람들이 모여 회의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솔방울 공예는 체험객들이 산에서 가져온 솔방울과 나뭇가지를 이용해 동물이나 사람 얼굴 등 무엇이든지 만들어 볼 수 있게 한 프로그램이다. 딱딱한 플라스틱이나 금속 장난감에 익숙한 도시 어린이들에게 좋은 경험이 될 수 있을 것이란 판단에 따른 것이다.

마을 뒤로 돌아가자 난데없이 동물원이 나왔다. 닭, 토끼, 염소, 거위 등 70여마리의 동물이 함께 사는 3300㎡(1000평) 규모의 우리였다. 우리 안에 들어가 가까이서 동물들을 살펴볼 수도 있다. 먹이를 주던 임동재(55) 이장은 “처음에는 무섭다며 피하던 아이들도 조금만 지나면 토끼 잡으러 뛰어다닌다”면서 껄껄 웃었다. 시골에서는 흔하게 볼 수 있는 동물들이지만, 도시 어린이들에게는 진귀한 구경거리다. 이 역시 각 가정마다 키우던 동물을 도시 어린이들이 신기해하는 것을 본 마을주민의 아이디어로 만들어졌다.

마을에서는 이밖에 계절별로 다양한 체험이 가능하다. 마을 사람들의 잦은 아이디어 회의 덕에 탄생한 체험 프로그램을 보면 몇 번을 와도 전부 체험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했다. 봄에는 모내기·우렁이 방사·산나물 채취 체험이 있고 여름에는 제초작업·옥수수따기·감자캐기·고추따기 등의 체험이 가능하다. 가을에는 허수아비만들기·메뚜기 잡기·김장담그기를, 겨울에는 쥐불놀이·눈썰매·메주만들기 등의 체험이 도시인들을 유혹하고 있다. 솔방울 공예·두부 만들기·전통놀이·비누만들기 체험 등은 계절에 상관없이 언제든지 가능하다.

숯골마을은 마을 주변 경관도 유려하다. 마을 주변에는 지장봉(877m)과 고남산(644m)의 줄기가 남북으로 뻗었고, 한탄강이 평균높이 30m의 급경사 계곡을 이루며 장관을 이루는 화적연(禾積淵)이 인근에 있다. 지장산 유원지와 붕어, 잉어 낚시로 유명한 냉정 낚시터도 가깝다. 또 우렁이농법, 오리농법으로 재배하는 쌀은 국립농산물 지원센터에서 인증받은 우수한 품질을 자랑한다. 마을의 포도와 사과는 일교차가 큰 북부 산악지역의 특성상 당도가 높기로 유명하다. 산악지형이 많은 곳 답게 버섯 역시 일품이다.

임 이장은 “마을 사람들 모두가 항상 고민하고 협력하는 게 체험마을로 우리마을이 이름을 날릴 수 있는 이유”라면서 “도시인이 체험을 하러 와서 마을의 특산물도 많이 구입해 농가 소득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포천=임정환기자 yom7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