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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광 교수의 전공은 ‘18세기 사회사상’이다. 조선왕조 정조와 순조 당시의 사회상에서 출발한 그의 한국사에 대한 관심은 이후 진화를 거듭해 근대사, 특히 일제의 한반도 지배 당시에 이르러 정점에 선다.

1945년, 조선이 일제로부터 광복되기 5일 전인 8월10일 서울에서 태어난 조 교수는 이후 한일관계와 식민지 시절의 사회경제사 등 분야에서 탁월한 연구업적을 남겼다. 조 교수가 한·일 두 국가원수의 합의에 따라 만들어진 역사공동연구위원회의 한국측 위원장을 맡게 된 데에도 이런 배경이 깔려 있다.

가장 존경하는 역사가로 그는 주저없이 단재 신채호를 꼽았다. “물론 단재의 이론 중에서 오늘날까지 제대로 생명력을 갖고 있는 것은 거의 없습니다. 현대가 아나키스트 사상을 받아들일 수 있겠습니까. 단재의 경우 사실에 있어서도 오류가 있고, 해석에 있어서도 현재에는 맞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가 단재를 좋아하는 이유는 ‘역사에 대해 존중하는 자세’ 때문이란다. 옷깃을 여미면서 역사를 대하는 자세, 거기서 민족이 처해 있는 질곡을 헤쳐 나가고자 했던 자세, 그것이 좋다고 그는 말했다.

고려대 학부와 대학원을 거쳐 한국사로 박사학위를 받은 뒤 한평생 모교 강단에서 후학을 길렀다. 한국사연구회 회장을 지냈고, 한국고전문화연구원을 설립해 희귀사료 발굴과 번역에도 힘써 왔다. 오는 8월 정년퇴임 이후에도 조 교수는 근대사 연구는 물론, 고전과 한문자료들을 발굴 번역해 한국사를 더욱 풍부하게 하겠다는 포부다.

젊은이들이 한번쯤 들여다봐야 할 역사서로 조 교수는 선뜻 함석헌의 ‘뜻으로 본 한국 역사’를 추천했다. “함석헌 그분이 일본 도쿄(東京)고등사범학교를 6등으로 졸업했다고 해서 한국 유학생으로는 대단하다고 생각했는데요. 나중에 학적부를 뜯어 봤더니 졸업생 전체 숫자가 6명이더라고요. 하하하….” 조 교수는 “하지만 그 책만큼은 일제강점기에 조선반도가 처한 현실과 헤쳐 나가야 할 미래를 나름의 철학과 혜안을 갖고 제시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