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정찬동·이정학기자

해군 초계함 천안함 침몰 5일째를 맞은 30일 오전 인천 옹진군 백령도 앞바다. 북한이 지척에 있어 평상시에도 군사적 긴장감이 팽배한 이곳에는 이날 군당국의 천안함 실종자 구조작업이 재개되면서 어느 때보다 긴장감과 안타까움이 넘쳤다. 얼굴을 매섭게 할퀴는 초속 10m의 강풍은 실낱같은 희망을 붙잡고 구조 소식을 간절하게 기다리는 실종자 가족들의 가슴을 갈가리 찢었다.

군당국은 이날 오전 7시40분부터 9시20분까지 해군 해난구조대(SSU) 잠수사들을 천안함 함미 선체에 접근시켜 생존자들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격실에 작은 구멍을 뚫는 작업을 진행했다.

잠수사들은 고무보트로 선체위치를 표시하기 위해 물위에 띄운 부표 부근으로 이동, 선체 사이를 연결해 놓은 인도색(와이어)을 잡고 선체로 내려갔다.

잠수사들은 선체 내부에 공기를 주입시키고 구멍을 넓혀 물을 유입시키는 방법으로 선체 안팎의 수압을 조정하는 작업을 시도했다. 격실내에 아직 생존해 있을 수 있는 승조원들의 호흡과 선체 내·외부의 압력차로부터 실종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이날 구조작업은 바람이 초속 10m로 강하게 불고 파도가 1.5m로 평소보다 높게 치는 등 기상여건이 좋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다. 유속도 2~3노트로 함체 접근마저 쉽지 않았다. 해군 관계자는 “수심 9m만 내려가도 0도 이하로 수온이 내려가 작업시간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여건이 좋지 않지만 승조원 구조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군당국은 이날 오후 2시와 오후 8시 유속이 느려지는 정조시간에는 구조작업이 오전보다 진전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천안함 선체에 구멍을 뚫는 작업이 완료되면 군당국은 용접기를 이용해 격실벽을 떼어 내고 내부 수색에 나설 계획이다. 만약 생존자가 있을 경우 즉각 감압장치가 있는 광양함의 회복실로 후송하게 된다.

회복실은 9명이 동시에 들어갈 수 있는 규모로 갑자기 대기압에 노출된 승조원들의 폐에 물이 고이는 잠수병을 막기 위한 공간이다. 수심 40여m의 해저에서 오랜 시간 갇혀 있으면 폐세포에 변형이 일어나기 쉽다. 하지만 29일 잠수부들이 천안함 함미 선체를 쇠망치로 두드렸을 때 아무런 반응이 없었고 물리적 생존 가능시간으로 여겨지던 69시간이 한참 경과해 생존에 대한 희망은 갈수록 옅어지고 있다.

실종자들을 찾기 위한 노력은 물위에서도 계속됐다. 이날 이른 아침부터 해병대 수색대는 장촌포구 해안을 출발해 고무보트를 타고 인근 해역을 돌면서 해안 절벽 등 육로로 접근할 수 없는 지역을 탐색했다. 상륙함인 성인봉함에서 수중 탐색만 벌였던 해군특수전여단(UDT) 대원 일부도 해병대와 함께 해안가를 탐색하고 해안가의 얕은 바닷속을 수색했다.

백령도 주민 김모(62)씨는 “벌써 물에 빠진 지 5일째인데 실종자들이 살아있을지 모르겠다”며 “한시라도 빨리 구조대가 작전에 성공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함께 구조작업을 지켜보던 김길녀(여·62)씨도 “대한민국 아들은 모두 군대를 가는데, 실종자들이 내 아들이라 생각하니 잠조차 오지 않는다”며 “한시라도 빨리 구조해 기적같은 생환소식이 전해졌으면 한다”고 전했다.

백령도 = 채현식기자 hscha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