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자 가족들은 궁금하고 답답해 잠을 못 이루는데 군 당국은 구조 작업이 어떻게 이뤄지는지조차 제때 설명해주지 않고 있습니다. 하는 수 없이 가족들은 TV 앞에 모여 방송에 매달릴 수밖에 없습니다.”

해군 초계함 천안함 침몰 당시 실종된 김종헌 중사의 한 친지는 30일 오전 “아직도 군이 뭔가 숨기고 있는 것 같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실종자 가족들은 경기 평택시 포승면 해군2함대 사령부의 임시 거처에 머물며 실낱같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데 군 당국은 성의 있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어제(29일) ‘사령부 상황실에 실종자 가족 대표가 들어가 실시간으로 구조 상황을 알 수 있게 해 달라’고 요청했는데, 이마저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천안함이 침몰된 지 5일째를 맞으면서 군 당국에 대한 실종자 가족들의 불신이 이처럼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전문가들이 실종 장병들의 생존가능 시한이라고 말했던 ‘69시간(29일 오후 7시쯤)’이 이미 지나가 버렸는데도 군 당국은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는 데 대한 불만이 폭발하고 있는 것이다.

실종자 서승원 하사의 아버지 서천석씨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해군은 시야가 어둡고 물살이 빠르다며 구조작업이 어렵다는 이야기만 반복하고 있다”며 “고깃배가 함미 부분을 찾았다는데 왜 해군은 못찾는지…. 대한민국 해군 능력이 그것밖에 안되느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심지어 군이 아닌 민간측 구조 지원자가 “바닷 속에서 시야 확보가 안 돼 작업이 어렵다”고 설명하자 가족들은 “서로 입을 맞췄다”며 이를 믿지 않았다.

29일에는 실종자 가족들이 “벌써 실종자들이 죽었다고 생각하는 것 아니냐”며 군 당국에 강하게 항의하다 물리적 충돌로까지 빚어졌다.

이날 오후 2시30분쯤 실종자 가족들은 2함대 사령부 사령관실이 있는 본관 건물을 향해 집단 항의 방문을 시도했다.

예상치 못한 집단 행동에 사령부 장교와 병사 등 150여 명은 일시에 뛰쳐나와 본관 건물 입구를 봉쇄하고 실종자 가족들과 대치에 들어갔다. 결국 김동식(소장) 2함대 사령관이 가족들 앞에 나와 “해군참모총장의 지휘로 모든 인력과 장비를 투입해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해명했지만 이들의 분노를 잠재우기엔 역부족이었다.

특히 항의 방문 과정에서 발견된 50동의 군용 천막이 또 다른 충돌을 불러일으켰다. 실종자 가족들은 “아직 실종자 생사도 확인되지 않았는데 벌써 장례 준비부터 하고 있다”며 격하게 반발했다.

2함대 측은 “이번 사고 대처를 위해 지원받은 외부 인력과 부대를 찾는 실종자 가족들을 위해 마련한 장소”라고 공식 해명했지만 실종자 가족들의 반발 속에 이 천막들은 모두 철거됐다. 이 과정에서 일부 해군 고위 장교들은 흥분한 가족들에게 멱살을 잡히거나 욕설을 듣기도 했다.

경찰의 실종자 가족 동향 감시도 격한 반발을 낳았다. 이날 오후 군용 천막을 철거하던 현장에서 실종자 가족으로 위장하고 있던 사복 경찰관 한 명이 가족들에게 발각됐다.

경기 평택경찰서 정보과 소속으로 알려진 이 경찰관은 “실종자 가족들이 얼마나 어려운 상황인지 확인하고 도움을 주려고 했다”고 해명했으나 실종자 가족들은 “경찰까지 나서서 우리 움직임을 감시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평택 = 박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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