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더 이상 기다릴 시간이 없다.” 한나라당 중진협의체 의원들이 17일 세종시 현장을 찾아서 확인한 사실은 세종시 문제해법이 다급하다는 점이었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의 정진철 청장은 이날 “세종시에 입주키로 한 삼성의 발광다이오드(LED)조명 공장은 내년초에 착공해야 내후년 미국시장을 겨냥한 양산에 들어갈 수 있다고 한다”며 “이미 경쟁사인 일본의 파나소닉은 인도네시아 공장을 시작한 상황이어서 만약 세종시 발전안(수정안) 법안 처리가 지연되면 기업으로서는 다른 결정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 같다”고 의원들에게 설명했다. 친박(친박근혜)계의 이경재·서병수 의원은 “기업 유치가 기존의 원안으로 추진될 수 없느냐”고 묻자 “기업들에게 인근지역과 경쟁할 만한 토지 조건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땅값 공급가격·세제 혜택을 줘야하는데 이는 법을 통해 가능하다”고 답했다.

친이(친이명박)계 최병국·이병석 의원이 ‘정부부처 이전 대신 법개정을 통해 기업과 과학벨트로 세종시 발전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입장을 뒷받침해주는 증거로 받아들였다. 친박 이·서 의원은 “그렇다면 세종시에 기업을 유치할 수 있는 법적 뒷받침을 해서 빨리 기업들이 들어올 수 있도록 하자”고 응수했다. 서 의원은 “수정안의 일부를 추진하면서 정부부처 이전을 둘러싼 논란은 유보하는 것이 대안”이라고 말했다. 수정안의 일부란 자족기능 보완을 위한 기업 유치 등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중립의 원희룡 의원은 세종시 논란지연에 따른 기업들의 현실, 국책사업 이자부담 증가 등의 문제를 따져물었다.

봄눈이 어지럽게 휘날리고 을씨년스러운 날씨속에 세종시 건설현장을 찾은 중진들은 이처럼 각인각색이었다. 이경재 의원은 “오늘 눈은 봄을 시샘하는 것 같지만 해빙의 봄이 다가왔음을 알리는 상설”이라고 말했고 최 의원은 “춘설난분분(春雪亂紛紛)”이라는 말로 복잡한 심경을 내비쳤다. 똑같은 현장을 보고 친이·친박은 여전히 해법에서 평행선을 달렸다.

최형두 정치부기자 choihd@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