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밀크’가 미국 아카데미상 시즌에 맞춰 오는 25일 국내 관객을 만난다. 미국의 게이 인권운동가였던 하비 밀크(1930~1978)의 생애 중 마지막 8년을 다룬 이 영화는 지난해 제81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과 각본상을 받았다. 국내 수입사 스폰지는 2009년에 개봉하려다가 사정상 1년이나 미루게 됐다고 밝혔다. 늦게나마 국내 관객들이 이 영화를 만나게 된 것은 다행한 일이다. 굳이 아카데미가 아니더라도 숀 펜의 명품 연기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숀 펜은 밀크의 실제 친구들이 찬탄을 터트렸을 만큼 캐릭터와 완벽히 일치하는 모습을 보인다.

명장 거스 밴 샌트 감독의 팬이라면 목을 빼고 기다렸을 만한 작품이다. 비주류의 시각에서 삶과 세상을 성찰해 온 구스 반 산트는 스스로 게이임을 밝힌 사람답게 초기 작품인 ‘아이다호’에서부터 동성애를 자연스럽게 담아왔다. 그는 ‘밀크’에서 1970년대 미국의 보수 정치, 사회 권력자들과 충돌했던 동성애 운동가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소수자의 인권 문제를 넘어선 인간 모두의 사랑으로 메시지의 지평을 확장한다.

작가 더스틴 랜스 블랙은 생애 처음 쓴 시나리오로 아카데미상을 수상했지만, 흔한 ‘신데렐라 맨’은 아니다. 1990년대 초반에 다큐멘터리 영상을 통해 밀크의 연설을 접한 그는 자신의 감동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하겠다는 소망을 품었다. 그는 이후 광고회사를 거쳐 방송 작가로 일하는 동안 1970년대 샌프란시스코에서 밀크와 함께 했던 사람들을 직접 취재했고, 그 결과물을 시나리오로 담아냈다.

주인공 밀크(숀 펜)는 뉴욕의 평범한 증권맨으로 살다가 40세에 이르러 동성애자인 자신의 정체성을 솔직히 드러내겠다는 다짐을 하고, 이때 만난 동성 연인 스콧 스미스(제임스 프랑코)와 함께 자유로운 분위기의 샌프란시스코로 이주한다. 영화는 밀크가 이후 동성애자들이 차별받지 않는 세상을 위해 동지들과 함께 사회 운동에 나서고, 정치적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시의원 선거에 출마해 세 번만에 당선되는 과정을 그린다.

관객은 동성애자들의 열화와 같은 지지를 받으며 권력의 단맛을 알게 되는 밀크의 겉모습과 더불어 다수의 뿌리깊은 편견에 허탈감과 무력감에 시달리는 그의 속내를 두루 만날 수 있다. 밀크의 연설이 진정성 있게 다가오는 것은, 스스로에게 주는 희망의 메시지이기 때문이다. “여러분은 아름답고, 훌륭하고 값진 존재들입니다. 누가 뭐라든 하나님은 여러분을 사랑하십니다.”

장재선기자 jeije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