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년의 별이 지고 새로운 별이 뜨리니.

2010밴쿠버동계올림픽 남녀 스피드스케이팅 500m에서 모태범과 이상화가 ‘깜짝 금메달’을 목에 걺에 따라 기존의 1인자들이 올림픽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다. 모태범과 이상화가 새로운 ‘장강의 물결’을 만들어 제러미 워더스푼(34·캐나다)과 예니 볼프(31·독일)를 도도하게 밀어내고 있는 형국이다.

워더스푼은 남자 500m에서 오랫동안 최고의 자리를 유지했다. 그는 17세 때 국가대표로 뽑힌 뒤 세계스프린트선수권에서 4차례나 정상에 올랐고 월드컵 500m와 1000m에서 통산 49차례나 우승한 스피드스케이팅의 전설. 그러나 올림픽 입상은 1998년 나가노대회 500m 은메달이 유일하다.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대회 500m에서는 출발하자마자 넘어졌고, 1000m에서는 13위에 그쳤다. 2006년 토리노에서는 500m 9위, 1000m 11위를 기록하는 등 아예 메달권과 거리가 멀었다. 이후 1년의 공백기를 거친 뒤 2007년 복귀해 500m 세계기록(34초03)을 달성하며 부활을 알렸지만 결국 밴쿠버올림픽의 축배는 모태범에게 넘겨줘야 했다. 사실상 마지막 올림픽 출전인데다 안방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에서 워더스푼은 유종의 미를 거두고자 사력을 다했지만 주저앉고 말았다.

볼프도 여자 500m 세계기록(37초00) 보유자이자 월드컵 랭킹 1위에 올라 있는 자타 공인 ‘여제’. 2005년부터 이번 시즌까지 5년 연속으로 월드컵 랭킹 1위를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올림픽 무대와는 유독 인연이 없었다.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대회에서는 10위에 그쳤고 전성기였던 2006년 토리노 대회에서조차 77초25의 기록으로 6위에 머물렀다.

지난해 12월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다시 세계기록을 단축하며 건재를 확인했지만 올림픽에서는 이상화의 벽에 막혔다. 볼프는 “내가 원했던 것은 금메달이었는데 혼란스럽다. 1차 시기에서 방심한 게 문제였다. 이상화는 굉장히 빠르고 강했다”고 밝혔다.

이화종기자 hiromat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