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상의 전환과 막대한 투자가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을 변화시켰다’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에서 역대 대회 사상 처음으로 남녀 500ｍ를 모두 휩쓴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의 대분발 이유가 이번 올림픽 최고의 화제다.

◆ 쇼트트랙의 비법을 이식한 ‘하이브리드(잡종) 훈련’ = 1992 알베르빌 대회 남자1000ｍ 은메달(김윤만), 2006 토리노대회 동메달(이강석)이 고작이었던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놀라운 반전은 2003년부터 쇼트트랙 훈련 비법을 스피드에 접목한 ‘하이브리드 훈련’ 때문에 가능했다. 스피드 단거리 종목은 초반 100ｍ 이후 첫 코너링에서 누가 더 속도를 줄이지 않고 가속을 하느냐에 승부가 결정된다. 자칫 코너에서 속도를 너무 내면 원심력을 견디지 못해 넘어지거나 균형을 잡기 위해 감속해야 한다. 누가 코너링에 강하냐는 곧바로 메달의 색깔이 달라지는 만큼 경기의 대부분이 코너링으로 이뤄진 쇼트트랙 테크닉의 접목은 코페루니쿠스적인 발상의 대전환이었다.

◆ 탁구의 남녀 합동훈련도 모방 = 여자 탁구선수들의 훈련 파트너는 남자들이다. 남자선수의 강력한 서브와 드라이브 공격을 받아내면서 여자선수들은 파워탁구에 적응력을 갖게 된다. 탁구선수 출신인 박성인씨가 회장인 빙상연맹은 탁구 훈련법도 원용했다. 여자500ｍ 금메달리스트 이상화는 남자들과 훈련을 해왔다. 이 덕분에 이상화는 남자 선수들을 쫓아가면서 힘이 넘치는 레이스 요령을 배워 예니 볼프(독일)나 왕베이싱(중국) 등 경쟁자들에 뒤지지 않는 실력을 갖추게 됐다. 남자 선수를 잡아보겠다는 이상화의 오기와 잡힐 수 없다는 남자 선수들의 자존심이 상승작용을 일으켰음도 자명하다.

◆ 부드러움과 자율이 분위기를 바꿨다 = 스피드스케이팅은 입에서 단내가 날 정도의 체력을 쌓기 위한 피눈물나는 지상훈련을 견뎌내야 한다. 그래서 그동안의 훈련방식은 무조건 지도자가 끌고 나가는 강압, 그 자체였다. 김관규(용인시청) 감독은 2004년 대표팀을 다시 맡으면서 방식을 바꿨다. “예전과 달리 선수들의 컨디션과 분위기를 맞춰주는 훈련법을 택해, 스스로 하게 만들어줬다. 그동안의 일괄 훈련도 선수의 특성과 체력을 감안한 일대일 맞춤형으로 바꿨다.

◆ 회장사를 맡은 삼성그룹의 전폭 투자 = 삼성스포츠단을 이끌었던 박성인 빙상연맹 회장은 2006 토리노대회 직후 ‘2010 밴쿠버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스피드와 피겨에서도 메달을 따낸다는 장기 프로젝트였다. 스피드대표팀은 빙상연맹의 과감한 투자 덕분에 지난해 동계올림픽 개최국인 캐나다 캘거리와 밴쿠버로 원정, 빙질 적응에 만전을 기할 수 있었다.

이동윤 선임기자 dy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