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해 현 정부의 입장을 지지하는 응답이 반을 넘었다. 사진은 이명박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악수하는 모습을 합성한 장면. 그래픽=김명화기자

이명박 대통령이 연내 남북정상회담 개최에 대한 기대감을 표명한 후 남북정상회담 개최문제가 공론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반여론은 북핵문제 진전 등 전제조건이 충족된 뒤에 개최해야 한다는‘조건부 개최론’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남북정상회담이 열릴 경우 6자회담에서처럼 북핵 폐기가 최우선 의제가 돼야 한다는 의견이 50.9%로 상당히 높게 나타났다.

문화일보의 설 특집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57.7%는 ‘북핵문제 등 정상회담의 전제조건이 충족된 후 열어야 한다’고 답했다. ‘조건이 충족되지 않더라도 가능한 한 빨리 남북정상회담을 열어야 한다’는 ‘조기개최론’지지자는 39.4%였다. 응답자 10명 중 6명은 3차 정상회담 개최에 대해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2000년 6월, 2007년 10월 개최된 2차례 정상회담 결과와 파장에 대한 학습효과 때문으로 보인다.

부산·울산·경남지역에서는 응답자 65.7%가 ‘조건부 개최론’에 찬성한 반면, 광주·전라지역에서는 ‘조기개최론’이 46.9%로 가장 높았다. 서울과 인천·경기에서도 ‘조건부 개최론’ 목소리가 조금 더 높았다. 지지정당별로 분류해도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응답자 66.1%는 ‘조건부 개최’를, 민주당(47.5%), 진보신당(80.6%) 지지자들은 ‘조기 개최’를 선호했다.

또 ‘남북정상회담이 열릴 경우 가장 우선적으로 다뤄야 할 안건은 무엇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응답자 50.9%가 ‘북핵 폐기 문제’라고 답했다. 남북정상회담시 ‘북핵 문제’가 논의돼야 한다는 입장은 이명박 정부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제기해온 것으로, 실제 여러 차례 북한과의 물밑접촉에서 요구했던 의제로 알려져 있다. 정부가 북핵 문제와 함께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 ‘납북자·국군포로 송환 문제’, ‘쌀·비료 등 인도주의적 대북지원’ 등에 대해서도 각각 16.3%, 10.5%의 응답자가 최우선 안건으로 삼아야 한다고 답변했다.

한편 북한이 지난 1월말 서해상 북방한계선(NLL) 이남 지역을 포함한 ‘항행금지구역’을 설정하고, 해안포를 발사한 도발행위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55.4%가 ‘위협을 느끼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이중 10.4%는 ‘전혀 위협을 느끼지 않는다’고 답했다. ‘위협을 느낀다’는 응답은 44.1%였다.

이같은 ‘안보불감증’은 주로 서울(64%), 30대(60.8%)와 40대(62.9%), 사무직 화이트칼라(62.3%), 중간소득층(59.2%), 국정운영 부정평가층(59.9%)에서 상대적으로 높았다.

신보영기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