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참사 관련 항소심 재판부의 ‘미공개 수사기록 공개’ 결정에 대해 법학계와 시민단체 등에서 “상식을 벗어난 결정”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재정신청 사건 수사기록을 열람·복사하는 것은 명백한 형사소송법 위반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용산참사와 관련해 재정신청과 일반 재판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이번 재판부의 결정이 지극히 당연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김일수(법학) 고려대 교수는 15일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재정신청 사건에서 넘어온 수사기록을 열람·복사했다면 (형사소송법상) 문제가 된다”며 “법원이 한 결정은 다분히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적”이라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형사소송법에서 절차적인 규정은 진실 추구를 위한 룰이기 때문에 규정이 맞지 않으면 헌법재판소에 위헌 제청을 해야지 임의적으로 룰을 바꾸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용산참사 변호인단의 수사기록 일반 공개 방침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그는 “변호인은 여론 재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맡은 변호인의 인권을 옹호하는 지위 때문에 수사기록을 열람할 수 있는 것”이라며 “일반에 공개해서 여론의 도움을 받으려고 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헌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 공동대표도 “재정신청 사건 기록 공개는 유례가 없었던 데다 워낙 예민한 상황에서 공개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박효종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는 “용산참사가 마무리돼 가는 상황에서 법원과 변호인이 좀 더 신중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반면 한택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무총장은 “수사기록 공개는 재정신청의 고소·고발인이 수사기록을 보려는 게 아니라 일반 재판의 피고인이 자신에게 유리한 수사 자료를 보겠다고 해서 이뤄진 것”이라며 “재판부의 결정은 지극히 당연하며 검찰이 이의 제기를 하는 게 우스운 일”이라고 말했다.

재정신청 고소·고발인과 용산참사 재판 피고인이 일치하기 때문에 벌어진 특수 상황이라는 것이다. 고계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책실장도 “임의로 수사기록을 공개한 것도 아니고 재판부의 법적 판단에 의해 공개한 것”이라며 “형사소송법이 재판받는 사람의 변론권을 존중한다는 점에서 지극히 당연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이상돈(법학) 중앙대 교수도 용산참사 변호인단의 수사기록 공개 방침에 대해서 “법원이 공개를 허용한 만큼 문제될 게 없다”며 “변호인의 수사기록 공개를 막을 법적 규정도 없다”고 말했다.

이용권·박준희기자 freeus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