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주장하는 ‘세종시 원안’이 국회를 통과한 과정은 어땠을까.

박 전 대표가 말하는 ‘원안’은 2005년 3월2일 본회의를 통과한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특별법(행복도시법)’이다. 2004년 10월 신행정수도특별법이 헌법재판소로부터 위헌 결정을 받은 이후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정부와 함께 12부4처2청 이전을 주요 내용으로 확정한 법안이다. 열린우리당은 행복도시법안을 2005년 1월25일 국회에 제출하면서 한나라당을 압박하기 시작했고 한나라당은 당내 반발이 극심했지만 2006년 지방선거를 위해선 충청민심을 잡아야 한다는 절박감 등으로 결국 의원총회에서 행복도시법안을 ‘권고적 당론’으로 채택했다. 하지만 당론 채택 과정에서 격렬한 당내 반발에 부딪쳐 결국 표결로 이어졌고 83명의 참석의원중 찬성 46, 반대 37표로 12부4처2청 이전에 대한 여야 합의안이 추인됐다. 당시 이재오, 김문수, 안상수 의원 등은 반대 농성과 단식투쟁을 벌이고 있었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 안팎에서는 행복도시법 찬성 당론이 결정될때 이들 강경파 의원들이 의총장을 지켰더라면 당론 채택을 저지할 수 있을 것이란 의견도 나왔다. 한나라당의 한 당직자는 “당시에 이재오, 김문수 의원 등이 없는 상황에서 의총이 열려 당론이 결정됐다”며 “다들 합의안에 반응이 별로였는데 박 전 대표가 몇 마디 하면서 분위기가 반전돼 결국 통과됐다”고 말했다. 이재오, 김문수 의원 등이 의총장에 있었을 경우 지금의 세종시 논란은 애초부터 방지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행복도시법의 본회의 통과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국회 속기록에 따르면 표결에 참여한 한나라당 의원은 여당의 행복도시법안에 합의한 박근혜 전 대표를 비롯해 25명에 불과했다. 이중 고흥길, 김기현 의원과 친박(친박근혜)계인 이경재, 이혜훈, 진영 의원 등 12명이 반대했고 박 전 대표는 기권으로 처리됐다. 박 전 대표의 측근들은 “박 전 대표가 찬성 버튼을 누르려고 했지만 시간이 종료돼 기권 처리됐다”고 설명했다.

당시 본회의장은 한나라당 의원들의 격렬한 반발로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국회 속기록에는 행복도시법안이 상정된 오후 10시47분부터 표결처리된 11시까지 불과 13분 동안 ‘장내 소란’이 16회나 등장했다. 반대토론에 나선 안상수 의원은 “수도를 옮기는 것을 이렇게 억지로 해서 되겠느냐”며 여러차례 항의했고 이 과정에서 “날치기” “그만 하고 나오라”는 등 여야 의원들의 말싸움도 이어졌다.

김백기기자 bki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