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과 야당, 친이(친이명박)대 친박(친박근혜), 비충청권 대 충청지역간에 세종시 수정대안을 놓고 찬성과 반대로 정면대치를 계속하자 이 문제를 국민투표나 여론조사로 풀자는 제안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현재 상황에 대한 획기적인 여론반전이 없는 한 국회에서 세종시 수정법안이 정상적으로 처리되기 어려운 만큼 ‘국민의 의지’로 풀자는 것으로, 세종시 수정 이슈가 제기되던 초기에 공성진 최고위원 등 한나라당 일부에서 주장했던 방법이다.

이에 대해 13일 여야 모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우선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세종시 문제를 푸는 열쇠는 (충청)여론의 추이가 쥐고 있지만 국민투표 방식은 사실상 힘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안 원내대표는 “국민투표는 정치적으로, 법률적으로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시 문제로 국민투표를 하면 이명박 대통령 반대진영이 총가세, 사실상 대통령 신임투표로 내용을 변질시키며 정국이 급변하게 된다는 우려가 여권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세종시는 정책적 내용이어서 국민투표에 부치기에 맞지 않다는 법적인 측면의 부정적 인식도 제기된다. 안 원내대표는 또 여론조사로 결정하자는 것에 대해 “여론조사는 참고자료에 불과하다”며 “국회 입법을 어떻게 여론조사로 결정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전여옥 전략기획본부장은 “국민투표는 충청권을 제2의 호남으로 만드는 것으로 곤란하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지역은 찬성이 많고 충청만 반대가 많을 텐데, 그런 방식은 후유증만 남기고 국회가 정치력이 없다는 것을 고백하는 것에 불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진수희 여의도연구소장은 “국민투표가 방법의 하나일 수도 있겠다”면서도 “그러나 세종시만 놓고 되지 않고 대통령 신임투표로 성격이 변질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 안 되면 국민투표도 생각해 볼 만한 대안이지만 벌써 그런 얘기할 때는 아니다”고 조심스럽게 반응했다.

친박계는 더 강경했다. 김선동 의원은 “국민투표 요건이 안 된다”고 단정했다. 그는 “정책적 사안을 국민투표에 부치는 건 헌법위반”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론조사는 “충청권과 관련없는 지역에서 여론이 높게 나올 텐데, 모든 사안을 여론에 따라 해버리면 그게 바로 중우정치이자 또 다른 지역주의”라고 지적했다.

정세균 민주당대표는 “법을 수정하거나 폐기하는 건 국회에서 해야지 국민투표나 여론조사로 법을 바꾼다는 건 법치를 뒤흔드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세동·민병기기자 sdg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