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7일 충무아트홀 녹색룸에서 오케스트라와 첫 연습 중인 서범석, 신영숙, 배해선(왼쪽부터)씨.

20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한국 첫선을 보이는 오스트리아 뮤지컬 ‘모차르트!’. 지난 7일 충무아트홀 녹색룸에서 처음 오케스트라와 입을 맞춘 ‘모차르트!’는 음악의 나라 오스트리아 뮤지컬답게, 또 음악의 신동 모차르트를 주인공으로 하는 뮤지컬답게 지극히 ‘음악적(musical)’이었다.

뮤지컬 공연사상 국내 최대 규모인 28인조 악단은 바이올린과 첼로, 플루트와 피콜로, 호른, 트럼펫, 팀파니 등 정식 오케스트라 악기와 신시사이저, 전자기타, 드럼 등이 결합, 풍성하면서도 깊은 소리로 방음장치가 된 녹색룸을 쩡쩡 울렸다. 모차르트 역의 박건형·박은태씨를 비롯해 서범석, 민형기, 윤형렬, 배해선, 정선아, 신영숙씨 등은 오케스트라 소리에 결코 뒤지지 않고 자신있게 감성적으로 소리를 뽑아냈다. 특히 모차르트의 누나 난넬 역을 맡은 배해선씨는 지난해 동생을 잃어 감정이 깊이 이입된 노래를 열창, 연습장을 숙연케 했다.

이날 연습을 참관한 오리지널 초연 지휘자 아드리안 만즈는 “작곡자 실베스터 르베이 곡들은 연주하기도, 지휘하기도 매우 어려운 곡”이라며 “한국 오케스트라를 보고 너무 어려 걱정했는데 정말 최고의 오케스트라였고 배우들 또한 최고였다”고 평했다. 그는 특히 “(주요 배역들이) 천상의 목소릴 가지고 있는 것 같다”며 “난넬은 정말 너무 실제 난넬처럼 생겼고 대주교인 콜로레도(민영기)와 모차르트(박은태)의 목소리가 정말 좋다”고 극찬했다.

뮤지컬 ‘모차르트!’는 서곡부터 정통 클래식의 힘으로 듣는 이를 놀라게 했다. 벼락치듯 ‘꽝’ 하고 치고 나가 오보에와 클라리넷으로 부드럽게 감싸다가 바이올린과 첼로로 편안하게 보듬었다. 그러다가 돌연 재즈와 록으로 바뀌며 다양한 음악을 변주, 엉덩이를 들썩거리게 했다.

음악은 시종일관 흘렀다. 서사적인 대사가 정통 오페라와 같이 레치타티보로 표현되지는 않았지만 배경음악으로 깔리면서 운율에 맞춰 펼쳐져 등장인물의 감정이 그대로 실려 있었다. 3부, 4부로 나뉘어지는 코러스는 촌철살인으로 극의 분위기를 표현하며 주요 배역들의 노래를 내용과 형식면에서 입체적으로 만들었다.

스토리는 이미 익숙한 모차르트의 전기다. 하지만 디테일에서 좀 달랐다. 지금은 ‘음악의 신동’으로 추앙받지만 당시는 교회와 왕에 속한 노예의 신분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차르트의 저항의지를 강하게 부각시켰다. 모차르트의 자유로운 천재성이 경박하게 표현돼 드러나면서 한발 한발 다가오는 대주교와 궁정음악가의 음모의 그림자가 무겁게 드리운다.

연출자 유희성 서울시립뮤지컬단 예술감독은 “천재작곡가로서의 모차르트의 이미지보다는 인간적인 면을 부각시켜 내 친구, 또는 나의 이야기로 만들었다”면서 “특히 가족애에 중심을 뒀다”고 연출배경을 밝혔다.

모차르트 역에 두 박씨 외에 임태경, 시아준수(본명 김준수) 또 주인공 이상의 카리스마로 관객을 압도하는 콜로레도 역할에 ‘노트르담 드 파리’의 스타 윤형렬씨가 가세했다. 모차르트의 아버지 역은 ‘뮤지컬계의 안성기’로 불리는 서범석씨가, 모차르트의 연인 콘스탄체 역에 뮤지컬 ‘드림걸즈’의 주역 정선아, 남작부인 역은 ‘캣츠’에서 그라자벨라 역을 맡았던 신영숙씨 등 주역급 뮤지컬스타들이 총출연한다. 2월21일까지. 02-6391-6333

김승현기자 hyeon@munhwa.com

이미지 크게보기 뮤지컬 ‘모차르트!’ 원작의 한 장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