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은 의미 있는 한 해로 기록될 것 같다. 한국이 경제위기를 가장 먼저 극복한 나라로 평가받고 있고, 수출 3637억7000만달러, 수입 3227억9000만달러, 무역흑자 400억달러의 성적표는 보기만해도 가슴 벅차다. 주요 20개국(G20) 진입과 함께 올해 G20 정상회의 서울 개최, 400억달러에 달하는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원자력발전소 건설 수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개발원조위원회(DAC) 가입도 남다른 자부심이다. 1961년 OECD 설립 이후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등극한 첫번째 국가라고 한다. 1961년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은 82달러였다. 170달러인 아프리카의 가나, 254달러인 필리핀만도 못했다. 지금은 2만달러 목전에 와 있다.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더욱 뿌듯한 것은 ‘나눔 문화’의 급성장이다. 구세군 자선냄비는 지난 한 달여 동안 목표액 40억원을 초과, 사랑의 온도가 100도를 훌쩍 넘어섰다. 자선냄비 81년 역사상 최고 기록이다. 1억원을 전달한 노부부, 3333만원을 넣고 간 천사 등 이야깃거리가 어느 때보다 풍성했다. 또 한 기부단체에 100만원권 수표 30장을 건넨 뒤 황급히 사라진 80대 노인, 아이 돌잔치 기금과 광고출연료·인세·강연료 등 3억2000만원을 차례로 기부한 어느 가수, 올해도 어김없이 8000만원을 놓고 간 전주시의 얼굴 없는 기부자, ‘밥퍼 목사’,‘제2의 영등포 슈바이처’로 불리는 어느 병원장, 36년째 나환자·장애인을 보살펴온 어느 독일인 신부…, 모두 대한민국의 ‘살아 있는 천사’다. 얼마 전 KAIST에 300억원을 기부하면서 “버는 건 기술, 쓰는 건 예술”이라는 말을 남긴 어느 노 신사의 모습도 아름다운 빛이다.

지난해 12월1일 시작돼 1월 말까지 진행될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희망 2010 나눔캠페인’에는 1일 현재 1528억원이나 모금돼 기록을 경신했다. 연중 모금액은 2008년 2702억원보다 36% 이상 늘어난 3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고 한다. 더욱이 개인기부와 정기후원 멤버, 해외기부자가 늘어난 것도 주목된다. 이러한 현상은 아름다운재단과 홀트아동복지회,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굿네이버스, 어린이재단 등 다른 기부단체 역시 마찬가지라고 하니 더욱 반갑다. 기부문화가 정보기술(IT)과 접목되면서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언제 어디서나 IT기기로도 기부가 가능한 세상이 된 것도 고무적이다.

2008년 국민 1인당 기부액은 19만7000원이다. 전체 기부금도 1조6044억원에 달했다. 이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0.16%에 해당한다. 3076억 달러(약 376조8000억원)로 GDP 대비 2.2%인 미국과 비교하면 아직은 낮은 수준이고, 금액으로 비교하면 234배, GDP에서 차지하는 비율로 계산하면 14배나 차이가 난다. 하지만 최근에는 매년 기부총액이 30% 정도씩 늘어나고 있어 나눔 선진국이 될 날도 머지않다. 지난해 전체 기부액은 2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파악된다. 한해 거의 7조원에 달하는 종교단체에 대한 헌금까지 포함하면 한국은 이미 기부 선진국이다.

김수환 추기경 선종(善終) 이후 이어지고 있는 ‘장기기증 신드롬’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지난해 11월말 현재 17만7000명을 기록한 장기기증 신청은 12월까지 집계할 경우 2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분석된다. 2004년 3만4000여명, 2005년에 7만5000여명, 2006년 9만700여명, 2007년 8만1000명, 2008년 7만4000여명과 비교할 때 대단한 급성장이다. 더구나 최근 국립의료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 40%가 기증의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 희망을 더해주고 있다.

한마디로 ‘희망 코리아’다. 최근에는 역이민이 늘고 있다. 2005년 이후 늘어나는 역이민은 지난해 4301명으로 12년래 최다를 기록했다. 이유는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이 높아지는 등 살 만한 나라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우리 피 속에는 두레·향약·품앗이 등 ‘나눔 DNA’가 흐르고 있다. 나눔만큼 아름다운 것은 없다. 2010년 역시 선진 대한민국의 원년으로 기록되길 기대한다.

[[오창규 / 논설위원]]